FT는 이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테리사 메이 총리의 자문역들이 비밀리에 EU 관세동맹 잔류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가 브렉시트 전환기간이 끝난 뒤에도 EU 관세동맹의 효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여러 옵션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이 총리의 한 측근은 “상품 부문에서 관세동맹을 유지하고 서비스 무역에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FT는 필립 해먼드 재무장관, 그레그 클라크 기업에너지산업전략장관 등도 관세 측면에서 EU와 긴밀한 관계 유지를 희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영국산업연맹(CBI) 내 고용주연합도 “EU와의 교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관세동맹 잔류 지지를 천명했다.
영국이 EU 단일시장 및 관세동맹 탈퇴를 기본으로 하는 브렉시트를 추진 중인 가운데 잔류안이 거론되는 것은 급격한 통상환경 변화를 막을 대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은 지난 2016년 EU와의 상품교역에서 960억파운드(약 147조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브렉시트 이후 무관세 혜택이 사라지면 무역적자는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관세동맹 잔류의 실익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FT는 “EU 외 타국과는 새 협정이 필요한데 EU와 같은 기준을 유지한다면 영국의 독립적인 협상력 자체를 제한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세동맹을 일부 유지하는 것이 국경통제, 사법권 환수 등 주권 회복에 제약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FT는 “교역 피해는 줄겠지만 (영국 스스로) 브렉시트 효과를 크게 제한하는 셈”이라며 “‘체리피킹(유리한 조건만 취하는 행위)’에 대한 대가는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