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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Market]국민 생활 문제 해결 위한 출연연의 역할

이광식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장

미세먼지·지진·전사자 신원감식

공공재적 연구 국가 주도로 하되

산학협력 원활한 환경 구축해야

국민 신뢰 바탕 재난대응력 커져





최근 정부는 과학기술 분야 운영방향에서 미세먼지·조류인플루엔자(AI)·치매·치안·지진 등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연구개발(R&D)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껏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한 과학기술 발전 전략으로 세계 10위권의 놀라운 경제 성장을 단기간에 달성했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은 세계사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뿐 아니라 경제 개발을 추진하는 나라들이 롤 모델로 삼으며 부러움의 대상이 됐다. ‘받던 나라에서 베푸는 나라로: 지구상 유일한 국가 한국’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면서 큰 자부심을 느끼게 된다.

국민들이 잘살게 되면서 안전·환경·건강과 같이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 생활 문제 해결을 위한 R&D는 적절한 선택이고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 연구 분야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경제 발전을 이룩하는 데 출연연이 중추적 역할을 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불모지에 가까운 연구 환경에서 선진 기술을 도입하거나 개발해 국가 기간산업의 토대를 마련하고 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그러나 민간 영역에서 R&D 투자가 크게 증가하면서 주변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출연연은 민간에서 수행하기 어려운 도전적이거나 장기적인 연구 그리고 공적인 연구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점에서 출연연이 국민 생활 문제의 해결에 R&D 역량을 집중하는 것은 시기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속 25개 출연연이 경쟁 대신 협업과 융합으로 국가·사회 문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여러 개의 융합연구단이 출범했다. 도심 지반 붕괴 문제 해결을 위한 지하안전관리 융합연구단 출범과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같은 감염병 대처를 위한 신종 바이러스 융합연구단 출범이 그 예이다. 지진·미세먼지·AI·구제역·메르스·살충제계란·치안 등 국민의 안전과 건강에 직결된 공공 성격의 문제들은 출연연이 적극 나서야 하는 연구 분야다. 우리나라 출연연과 유사한 성격인 미국의 국립연구소에서 국가안보에 관련된 연구들을 주도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AI와 메르스 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국가·사회적으로 긴급하고 민감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국가가 선제적으로 개발해 대비하지 못하면 재난이 발생했을 때 우리 사회가 겪게 되는 혼란과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최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그리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3개 기관이 ‘6·25 전사자 신원 확인 및 과학수사 발전’ 공동 연구 추진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사자의 신원 감식은 국가적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DNA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매우 어렵다. 이번 MOU는 3개 기관이 협력해 과학적 연구기법을 동원, 전사자 감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하나다. 6·25전쟁 때 참전한 외국 군인 전사자를 감별해 그들의 유해를 본국으로 송환할 수 있게 된다면 우리나라 과학기술력이 전 세계에 과시될 수 있다. 가족에 대한 유대관계가 유난히 높은 우리나라에서 전사자 감별은 국가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공공 성격의 국민 생활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들은 출연연 주도로 연구를 이끌어가되 대학과 산업체의 연구자들이 참여하는 구조로 진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국가·사회 재난 발생시 국민들이 국가를 신뢰하고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국가가 재난 대비 체계를 갖추는 데 필요한 기술 개발을 담당할 주체로 출연연은 국민 생활 문제 해결 R&D에 더욱 집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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