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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3일’ 하동 술상마을 전어잡이 부부들의 아름다운 인생





4일 방송되는 KBS1 ‘다큐멘터리 3일’에서는 ‘해로(偕老) - 하동 술상마을 전어잡이’ 편이 전파를 탄다.

간질간질한 가을바람이 코끝을 맴돌고 금오산은 고요한 남해를 품을 때, 조용히 새벽 바다를 가르는 사람들이 있다. 바다 위에 한배, 인생 위에 한배를 탄 부부들. 남해와 함께 늙어가는 하동 술상마을에서의 72시간이다

▲ 하동의 끝자락, 작고 평화로운 술상마을

하동군 진교면 술상리에 있는 술상마을은 하동의 남쪽에 있다. 뒤로는 해발 849m인 금오산이 우뚝 지키고 서 있고, 앞으로는 사천만과 강진만이 깨끗하고 고요한 파도를 자랑한다. 진득한 경상도 사투리가 정겹게 느껴지는 이곳은 밤에는 조업, 낮엔 밭을 일구며 반농반어가 가능한 곳이다. 주변에 공장단지가 없어 깨끗한 청정바다 덕분에 부드럽고 고소한 전어가 유명하고, 최근엔 1.2km가량의 소나무가 울창한 해안 갯벌길인 ‘며느리 전어길’이 조성되어 가을마다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180가구, 약 300여 명이 사는, 작지만 큰 마을인 하동 술상마을 사람들을 만나보자.

▲ 함께 그물을 던지며 인생을 낚는 부부들

술상마을 전어잡이 부부들의 나잇대는 평균 60세, 평균 결혼생활 40여 년이다. 인생의 해가 서산으로 넘어갈 때쯤 자녀들은 다 출가했지만 당신들은 늘 그렇듯 통통배에 몸을 싣는다. 이 부부들의 일과는 남들과 조금 다르다. 하루의 시작은 오전 3시. 어두워야 활동하는 전어 때문에 다른 사람 단잠 잘 시간에 깜깜한 술상 항구로 향한다.

하지만 갑자기 비가 내리기도 하고, 암초 때문에 엔진이 망가지기도 하고, 배들끼리 서로 그물이 걸려 찢어지는 일도 생긴다. 게다가 흔들리는 배 위에 버티고 서 있다 보면 허리와 다리가 성하지 않아 약을 달고 사는데... 이토록 고생해도 전어 서너 마리밖에 잡지 못 하는 일도 부지기수. 그런데도 그들은 오늘도 만선의 꿈을 꾸며 촘촘하게 짜진 전어 그물을 밤바다로 던진다.

반평생을 함께 살아왔어도 지내면 지낼수록 알 수 없는 게 부부라고 했던가. 늘 그렇듯 싸우고 다퉈도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걱정되고, 뭉친 어깨가 안쓰럽다. 귀농한 지 10년째인 황종수(63) 씨는 자신만 믿고 고향에 내려와 같이 배를 타는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고. 늘 첫사랑 같은 아내와 함께라면 매일 바다 위에서 보는 어스름한 여명도 언제나 아름답다.

반면 다음 생엔 지금의 아내와 만나지 않겠다고 한 남편 김혜종(62)씨의 말에 서운함을 토로한 아내 김필복(61)씨. 자신보다 좋은 사람 만나 편하게 살라는 뜻이었지만 표현이 서툰 무뚝뚝한 경상도 남자라, 그런 마음을 몰라주는 아내가 그저 답답하기만 하다.



“오늘 고기는 못 잡았지만 옆에 이렇게 좋은 짝꿍이 있으니 얼마나 좋아? 오늘 고기 못 잡으면 내일 잡고. 항상 내일은 있으니까 그렇지?”

- 황종수 (64) -

▲ 가을이 익어가듯 전어도 익어간다

한자로 돈 전(錢)에 물고기 어(漁)를 사용하는 전어는 그만큼 맛이 좋아 돈을 따지지 않고 먹는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산란기를 끝낸 가을엔 살이 올라 씹을수록 고소하며 전어회, 전어 무침, 전어 매운탕 등 다양하게 먹을 수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굵은 소금을 뿌려 은근히 구워야 그 참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고. 너무 맛있어서 제사상에 올릴 전어를 다 먹어버린 동서부터 울산과 포항 등지에서 왔지만 이미 다 팔려 허탕 친 관광객까지, 하동 술상마을의 가을 이야기는 꽤 흥미롭다.

“나도 딱 도망가려 하다가 전어를 굽는데 어찌나 맛있는 냄새가 나던지, 저걸 놔두고 내가 어째 가겠나 싶어 도망 안 갔어 하하”

-문희분(85)-

[사진=K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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