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때 로베스피에르가 집권했다. 그는 치솟는 우윳값을 강제로 반으로 내리면서 이를 어기는 사람은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손해를 본 많은 목축업자는 죽느니 사업을 포기했고 그 결과 공급 부족으로 우윳값은 급등했다. 그러자 로베스피에르 정권은 젖소의 사룟값을 강제로 내리게 했고 이를 어기는 사람 역시 단두대에서 처형했다. 많은 사료업자가 죽느니 사료 생산을 중단하자 사룟값은 폭등했고 결국 우윳값은 처음보다 열 배나 뛰었다. 이는 시민폭동의 기폭제가 됐고 이로 인해 로베스피에르 자신이 단두대에서 처형되고 말았다. 이 일화로 우리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시장원리에 어긋났을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 잘 알 수 있다.
‘시장을 이길 정부는 없다’는 필자가 지난 2003년 당시 노무현 정부의 반(反)시장적 부동산정책을 지켜보면서 출간한 책 제목이었는데 지금 똑같은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15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서울 강남 지역에서 시작됐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잡기 위해 다양한 ‘투기 억제책’을 내놓고 있으나 강남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가고 지방 아파트 가격은 떨어짐으로써 부동산시장의 양극화는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
최근의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은 정부의 특목고 폐지 정책 발표를 계기로 ‘강남 8학군’이 부활할 것이라는 예상 때문에 촉발됐다. 그 근본 원인은 그대로 둔 채 재건축 규제 강화 등 공급을 오히려 축소하는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강남 아파트 가격 상승은 강남 지역의 생활 여건이 우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투기 억제’ 차원의 단기적 행정조치 남발보다 강남 외 지역의 생활 환경을 개선하는 중장기대책 추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강북 지역에서의 재건축 사업 활성화와 더불어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같은 서울 위성도시의 교통 여건을 개선하는 정부 차원의 노력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시장원리에 역행하는 사태는 일자리 부문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일자리는 문재인 정부 제1의 국정과제였고 많은 경제 전문가는 일자리가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묘책이라는 점에서 크게 환영했다. 대통령이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까지 걸어놓고 진도를 직접 점검한다고 했으나 후속정책은 ‘소득주도 성장론’에 입각한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이었다. 노동생산성이 낮은 ‘재래산업’의 비중이 높은 현실에서 최저임금의 급상승은 영세기업의 경영 악화와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놀란 정부는 이들 소상공인에게 재정 지원을 하고 임대료 인상을 억제하는 등 인위적이며 행정적으로 복잡한 보완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보다 영세기업에는 이들의 실정에 맞는 별도의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조정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똑같은 상황이 교육 부문에서도 전개되고 있다. 천차만별인 학생들의 수학능력을 감안하지 않은 무리한 평준화 정책과 특목고 폐지 정책은 당연히 교육 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의 집값 상승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교육열이 높은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논란이 된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조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돼야 한다. 세계화 시대를 맞아 조기 영어교육의 수요가 많은 현실에서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는 사교육 시장을 부추겨 영어교육 양극화를 초래하게 될 것임은 불문가지였다.
시장이 언제나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기 때문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한 경우가 종종 발생하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정부 차원의 개입 방법과 타이밍이다. 시장과 싸우겠다는 식의 정책은 반드시 실패한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따라서 시장의 기능과 역할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마치 노련한 서핑 선수가 파도를 타듯 시장의 흐름을 슬기롭게 활용하는 지혜를 발휘해줄 것을 정책당국에 호소한다. 이 과정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 역시 잊지 말기를 아울러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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