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동성의 주택 시장 쏠림에 따른 집값 상승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간접투자상품인 ‘리츠’ 활성화 대책이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로 인해 좀처럼 속도를 못 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간에 원활한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제도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부동산금융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발표한 리츠 공모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안을 지난해 12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으나 애초 계획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리츠 공모제도 개선을 위한 부동산투자법 개정안 제출 △비개발·위탁관리리츠 상장심사기간 단축 △모(母)리츠의 간주부동산 인정 한도 폐지 △공모형 부동산펀드 주택채권 매입의무 면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중 2월까지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공모형 부동산펀드 주택채권 매입의무 면제를 제외한 나머지 개선안들은 모두 지난해 12월까지 마무리하겠다고 밝힌 내용이다.
하지만 리츠 주무부처인 국토부와 금융상품에 대한 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융위 간의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아 제도 개선이 늦어지고 있다. 실제 부투법 개정 사안인 리츠 공모 의무가 면제되는 연기금 투자비율 상향, 공모형 부동산펀드 주택채권 매입 의무 면제 등 국토부가 주도적으로 입법을 추진하거나 시행령을 개정하면 되는 사안들은 다소 일정이 늦어지기는 했지만 현재 제도 개선이 추진 중이다. 이와 달리 금융당국의 협조가 필요한 비개발·위탁관리리츠 상장심사기간 단축, 모리츠의 간주부동산 인정 한도 폐지는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사실 금융위와 국토부 간의 이 같은 엇박자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 제10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통해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발표하면서 리츠 투자 활성화를 위해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RBC) 산정 시 리츠 출자에 대한 신용위험계수를 낮추겠다고 했으나 결국 무산된 바 있다. 금융위와 국토부가 서로 협의를 끝내고 청와대 보고까지 끝난 사안이었지만 금융위가 뒤늦게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처럼 리츠 활성화 관련 대책이 속도를 내지 못하는 배경에는 리츠·부동산펀드 등 부동산간접투자 시장을 두고 국토부와 금융위 간의 갈등이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리츠와 부동산펀드는 사실상 동일한 성격의 금융상품이지만 지난 2001년 도입된 리츠는 국토부, 2004년 도입된 부동산펀드는 금융위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부동산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자산운용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국토부와 금융위가 서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힘겨루기를 하면서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라며 “이런 이유로 관련 제도 개선 역시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고병기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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