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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비자금 있는 여자예요"…'스텔스 통장'에 꽂힌 사람들





#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A씨는 최근 아이의 가정통신문을 받아보는 어플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어플의 한 코너인 ‘트렌디한 엄마 되기’에서 오로지 개인만 조회할 수 있는 ‘스텔스 통장’이 있다는 정보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이미 주위에서 이 통장을 갖고 있는 엄마들이 많다는 얘기에 개설을 고민 중이다.

# 지난해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돌려받은 직장인 B씨는 최근 ‘스텔스 통장’을 만들었다. 자신 외에는 누구도 계좌에 있는 돈을 확인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내 몰래 비자금을 모아볼 요량이다.

최근 이명박 정부가 불법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스텔스 통장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스텔스 통장은 본인이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도 조회가 안되는 비밀계좌다. 얼핏 보면 불법적인 용도로 은밀하게 사용될 것 같지만 사실 이 통장은 금융사기 등을 예방하는 목적으로 출시됐다. 적의 레이더망에 걸리지 않는 스텔스 전투기와 비슷하다는 점에 착안해 이름 붙여진 이 계좌는 인터넷이나 모바일에서도 조회가 안 되고 배우자조차 가족관계증명서나 공인인증서를 들고 은행 창구를 찾아가도 잔액이 얼마나 있는지를 들여다볼 수 없다.













직접 은행을 방문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 2007년 시중은행들의 첫 출시 이후 가입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는 것이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16개 은행의 30개여 스텔스 통장 계좌는 지난해 6월 기준으로 28만2,030개에 달한다. 2012년 16만629개에서 2015년 18만431개로 늘었고 2년도 지나지 않아 10만개 넘게 크게 증가했다.

남자들의 전유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전체 이용자의 46%가 여성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성과급과 소득공제금 등 목돈이 들어오는 연말이나 연초에 통장 개설 문의가 많다”며 “인증절차를 까다롭게 할수록 더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텔스 통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은행 지점에 방문해 ‘내 계좌가 조회되지 않도록 설정해달라’고 요청한 뒤 관련 서류를 작성하면 된다. 예·적금뿐 아니라 펀드, 신탁, 외화예금 등 모든 금융상품을 스텔스 계좌로 만들 수 있다. 다만 직접 지점에 방문해야 하기 때문에 카카오뱅크나 K뱅크 등 지점이 없는 인터넷 은행에서는 서비스가 불가능하다. 또 지점 업무가 마감됐거나 주말에는 이용에 제한이 있다.

각자의 소득을 따로 관리하는 맞벌이 부부가 늘고, 부부간에도 자신의 사생활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커졌다는 게 인기 이유다. 여기에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하면서 누구도 믿지 못하는 사회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온라인해킹과 보이스피싱 등 금융사기 사건이 빈번하다 보니 아날로그 방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본인 외에는 조회가 안 되는 계좌와 자금을 갖고 있다는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정수현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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