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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뿔 밀거래 추적에 일생 바친…'코끼리 수호천사' 케냐서 피살

영국 BBC방송 환경운동가 위협 재조명

지난해 전세계서 환경운동가 197명 숨져

지난달 31일 홍콩에서 열린 상아 거래 금지 지지 시위의 모습/AP Photo=연합뉴스




상아와 코뿔소 뿔의 밀거래 실태를 세상에 고발하는 데 평생을 바친 에즈먼드 브래들리 마틴(75)이 케냐에서 피살됐다고 영국 BBC방송 등 외신이 5일(현지시각) 전했다.

브래들리 마틴은 지난 4일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집에서 흉기에 목을 찔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내가 발견했다. 미국인인 그는 수십 년 간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지의 암시장에 바이어로 가장해 접근, 상아와 코뿔소 뿔의 구체적인 거래가를 파악하고 밀거래 현장을 몰래 촬영해 세상에 알렸다. 그는 지난해 동료와 함께 쓴 보고서에서 라오스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는 상아 밀거래 국가라고 밝혔다.

브래들리 마틴은 1970년대 케냐로 건너간 뒤 야생동물 범죄 근절을 위한 열정과 끊임없는 노력을 펼쳐 동물보호 분야에서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BBC방송은 평가했다. 이어 중국이 1990년대 코뿔소 뿔 거래를 금지하고 올해 상아 국내판매를 금지하는 데도 브래들리 마틴의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BBC방송은 브래들리 마틴이 최근 조사차 다녀온 미얀마에 대해 기록하다 숨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은 강도 미수사건으로 보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브래들리 마틴 피살 사건을 계기로 환경운동가들의 목숨을 건 위태로운 삶도 재조명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최근 영국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환경보호 활동가 19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에 본부를 둔 부패 감시 비정부기구(NGO) ‘글로벌위트니스’의 선임 활동가 벤 레더는 “상황은 여전히 심각한 편”이라며 “공동체들이 진정으로 토지와 천연자원 사용에 관한 결정에 참여할 때까지 (반대의 뜻을) 공개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괴롭힘과 투옥, 살해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릴 것”이라고 가디언에 설명했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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