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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미식회] 내 마음을 움직이는 글쓰기, 내 마음을 알아가는 글쓰기

수요미식회(美識會)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美) 지식(識)은 자신을 드러내는 글 속에 있다’

이를 깨달은 작가들이 들려주는 솔직한 생각과 인생 이야기입니다.








몇 해전 수기 공모전에 참여했던 때 있었던 일이다. 편집디자인 업무에 권태감이 든 나는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손길이 가는 대로 인터넷 서핑을 했다. 그러다 우연히 눈에 들어온 공모전이 있었다. 롯데그룹에서 직장 생활과 육아를 병행하는 전국의 워킹맘(직장 다니는 엄마)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수기 공모전이었다.

‘워킹맘? 어, 난데? 한번 써볼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주저없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수기는 워킹맘으로서 느낀 고민과 일상 이야기, 출산 및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 후 복귀 사례, 워킹맘에게 도움이 되는 가사 분담의 노하우와 경험 등을 담으면 됐기에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300만원에 달하는 상금도 글을 쓰고 싶다는 충동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우수작 6편은 롯데가 출간하는 ‘워킹맘을 위한 자기개발서’에 게재되고, 인세 전액은 싱글맘 및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쓰인 다니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수기 공모전은 처음이었기에 어떻게 써야 할지 좀 막막했다. 워킹맘으로서 겪었던 힘든 순간을 일기에 쓴 적은 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맘먹고 글로 표현해 본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내 스타일대로, 있는 그대로, 생각나는 그대로 글로 옮겨 적기 시작했다. 나의 하루하루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아이들은 어렸고, 시아버님을 모시고 살았기 때문에 정작 나를 돌볼 시간은 없었다. 글 속에 나를 보니 측은지심이 들었다.

안타깝게도 수상을 하진 못했다. 하지만 더욱 값진 것을 얻었다. 글쓰기를 통해 내가 몰랐던 나를 깨닫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다. 글은 내면을 들여다 보는 거울이었다. 나의 겉모습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거울처럼 글 속에는 평소 드러나지 않았던 나의 속 마음이 그대로 있었다. 유려한 문장은 아니었지만 꾸밈없이, 말끔하게 화장을 지운 수수한 민낯과 같은 글이었다. 글을 쓸 때 나의 삶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사실에 흠칫 놀랐다. ‘이런 것까지 쓰고 있네?’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고 ‘이렇게 써도 되나?’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글을 통해 나를 만나고 나를 알아간다는 것은 큰 발견이다. 그리고 행복한 마음으로 글을 쓰다 보면 글을 통해 내 목소리도 나온다. 이 마음과 이 목소리를 누군가 나의 책 속에서 단 한 줄의 글귀라도 만날 수 있다면 책의 두께와 상관없이 한 권의 책 이상으로 무척이나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이들도 나처럼 글을 쓰면서 변화하길 바란다. 변하고 싶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가기 바란다. 분명 자신도 모르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갈 것이다. 자신을 솔직하게 누구보다 먼저 자기자신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솔직하다는 것, 솔직하게 말하고 글을 쓴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큰 맘먹고 책상 앞에 앉아야 하는 숙제 같은 일일 수도 있다. 그것은 결국 자신의 존재 이유를 알게 되는 일이고 자신을 자연스럽게 치유하는 길이기도 하다.

소설가 파울로 코엘료는《마음의 힘》이란 책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 경우를 예로 들자면, 글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나는 내가 글로 먹고 살게 될 줄은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 내가 글을 쓰고 있었던 것은 그저 쓰고 싶기 때문이었을 뿐 나에게 선택의 여지 따위는 없었다. 결국 나는 글을 써서 단순히 돈을 번 정도가 아니라 꽤 큰 돈을 벌었다. 모두가 이렇게 말한다. ‘파울로 코엘료가 할 수 있다면 우리도 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그렇다. 우리도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겠다고 글을 쓰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글을 쓴다는 건 나를 알아가는 행위다. 나를 또 다른 세계로 움직이게 하고 나의 길을 열어주는 행위임에 분명하다. 캄캄한 독방에 날 가두지 말고 꺼내기 바란다. 세상 그 어디에도 숨을 곳은 없다. 빛이 비추는 순간 나의 모습이 보이듯 글을 쓰는 순간 나의 모든 삶이 그대로 보인다. 그렇게 내가 보이고 내 마음이 보일 것이다. 오늘 나의 마음을 알아가는 글쓰기, 한번 도전해보는 건 어떨까.

글= 책쓰기로 인생을 바꾸는 사람들(책인사), 작가 이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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