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소파 밑에 감춰둔 현금 1억 8,000만 원을 훔쳤다가 발각된 아들이 친족간의 재산죄는 형을 면제한다는 형법상 규정 탓에 처벌을 피할 수 있게 됐다.
60대 A씨는 지난해 6월 자택 소파 밑에 5만 원권 현금으로 2억 5,000만 원을 숨겼다. 아내와 함께 운영하던 숙박업소를 팔아 생긴 돈으로 필요할 때 조금씩 빼 쓰고 집을 구할 때 지급하려고 잠시 보관했다. 집에 거액을 둔 사실은 명절에 모인 가족들에게 지나가는 말로 한 것 외에는 아무도 몰랐으나 소파 밑에 감춰 둔 현금 중 1억 8,000만 원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지난달 31일 A씨는 돈이 없어진 사실을 알아채고 곧장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범인은 아들 B(35)씨였다. B씨는 도박 빚이 많고 민사소송에 휘말려 급전이 필요해 아버지의 현금을 훔쳐 빚 청산과 소송비용 등으로 써버렸다.
이후 B씨는 해외도박장 개장 혐의로 구속돼 구치소에 갇혔다. 그 과정에서 변호사에게 “아버지 돈을 가져다 쓰면 죄가 되느냐”고 자문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둘째 아들이 평소에 집에서 몰래 돈을 가져다 쓰는 등 사고뭉치다”는 A씨의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벌 아들 B씨가 범인임을 밝혀냈다.
형법 제 328조와 제 344조에는 친족간의 일은 국가권력이 간섭하지 않고 친족끼리 처리하는 것이 가족의 화평을 지키는 데 좋을 것이라는 취지로 강도죄 등을 제외한 재산죄는 형을 면제하거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특례(친족상도례)를 인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에 따라 B씨가 아버지의 돈을 훔쳐간 것은 명백하나 죄가 안 된다고 판단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계획이다.
/박신영인턴기자 wtigr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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