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잠을 자던 두 딸을 성추행한 아버지가 범행 8년 만에 재판에 넘겨져 중형을 선고받았다. 성추행을 당한 큰딸은 집을 나가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몇 년 뒤 동생도 아버지에게 피해를 본 사실을 뒤늦게 알고 수사기관에 신고했다.
이영광 인천지법 형사12부 부장판사는 8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 관계에 의한 준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A(55)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으며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 2008년 7월 인천의 단독주택에서 잠자던 큰딸 B(27·사건 발생 당시 만 18세)양의 옷을 벗기고 강제추행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B양은 아버지로부터 추행을 당한 뒤 학교에 간 여동생 C(27·사건 발생 당시 만 18세)양에게 ‘아빠한테 또 당했다. 진짜 죽고 싶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이를 계기로 가출해 오랜 기간 가족과 연락을 끊고 지내다가 동생인 C양도 아버지에게 똑같은 피해를 봤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B양은 동생과 함께 강제추행을 당한 지 8년 6개월 만에 아버지를 신고했다. 그는 조사과정에서 “여동생도 추행당한 사실을 (뒤늦게) 알고 화가 나 아버지를 신고했다”고 진술했다.
A씨는 2011년 11월 집 방 안에 설치한 텐트에서 잠을 자던 C양을 강제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웃풍을 막기 위해 자신이 직접 커튼 천으로 만든 텐트 안에서 싫다며 밀치는 둘째 딸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C양은 “겨울이어서 텐트 안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아버지가 제 몸을 만지고 있었다”며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몸을 움직였더니 놀라서 방을 나갔다”고 진술했다.
A씨는 법정에서 “둘째 딸이 가족을 위해 대출을 받았다”면서 “빚을 갚으라는 독촉에 시달리며 아버지와 갈등이 생기자 허위 내용으로 고소한 것”이라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래전에 벌어진 피해여서 B씨와 C씨의 일부 진술이 상충하지만 신빙성을 부정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잠이 들어 저항할 수 없는 친딸인 피해자들을 강제추행하는 반인륜적인 범죄를 저질렀고 추행의 정도도 가볍지 않다”라며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들이 상당한 신체·정신적 고통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해자들이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면서도 “벌금형을 초과하거나 유사 범죄전력이 없는 점은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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