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구에 사는 직장인 박남기(가명)씨는 최근 연말정산 자료에서 전통시장 이용실적이 ‘0’인 것을 보고 의아해했다. 올해부터 전통시장 사용금액에 대한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율이 30%에서 40%로 높아진다는 소식을 접하고 집 근처 마트 대신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샀는데 허사였다. 박씨는 국세청과 관할 세무서·소상공인진흥공단에 문의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일반거래로 끊긴 것 같다는 내용뿐이었다. 박씨는 “정부가 전통시장 사용만 강조할 뿐 실제로 세금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해놓는다면 대체 누가 전통시장을 이용하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정부가 전통시장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각종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연말정산 소득공제 등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져 전통시장을 찾는 소비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8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이 전통시장 세 곳을 둘러본 결과 매상금액을 정산해주는 POS 단말기 등 결제시스템이 미흡하고 연말정산 공제혜택에 대해 모르는 상인도 많았다. 특히 박씨처럼 전통시장에서 신용카드로 물건을 샀는데도 연말정산 자료에 실적이 잡히지 않은 것은 행정당국의 계도와 홍보가 미흡하기 때문으로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전통시장 구획이 모호한 점이다. 전통시장은 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인정하는 구획만 포함돼 연말정산 공제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이를 구분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구로구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박모씨는 전통시장의 구획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냥 시장이면 다 전통시장 아니냐”며 “그럼 지금까지 전통시장이라고 결제한 게 다 연말정산에 포함되지 않은 것 아니냐”며 걱정했다. 카드 결제기가 아예 없는 곳도 허다하고 현금 영수증을 아예 끊어주지 않는 상인도 많았다. 영등포시장에서 농수산물을 판매하는 최모씨는 “카드 결제가 안된다. 단말기를 구비해놓지 않았다”며 “현금으로 사면 간이영수증은 끊어주는데 큰 데서 하는 것처럼 현금영수증을 끊어주진 않는다”고 말했다. 연말정산 소득공제 혜택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것이 시설 인프라에만 치우친 정부정책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난 16년간 투입된 전통시장 활성화 예산 가운데 71%가 주차환경 개선 등 인프라 시설에 집중된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 소비했는데도 연말정산에 잡히지 않은 문제는 저희도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다”면서 “관련 기관과 개선방안을 모색해 보겠다”고 밝혔다.
/박우인·양지윤기자 wi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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