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오전8시께. 무장한 경찰특공대 요원들과 경찰견들이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한쪽에서 수색작업을 벌였다. 요원들은 폭발물탐지장비로 공항 구석구석을 수색했고 경찰견들도 재빠른 움직임으로 2차 수색에 나섰다.
폭발물 탐지가 끝나자 곧장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과 사복경찰관이 배치됐다. 일반인은 물론 취재진의 접근도 철저히 통제됐다. 터미널 밖에 배치된 10여명의 경찰특공대와 경호원들은 유리창을 통해 공항 내부를 뚫어져라 응시했다. 2시간여가 지난 10시30분. 경찰과 경호원들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눈빛이 한층 날카로워졌다. 바로 그때 남색 패딩을 입은 금발머리의 한 여성이 VIP 전용 통로에서 나와 경호원 등 10여명의 사람들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귀빈실로 향했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달리아 그리바우스카이테 리투아니아 대통령이었다.
인천공항을 통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석하는 VIP들 경호를 위해 이런 풍경이 하루에도 몇 번씩 펼쳐진다.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는 전 세계 21개국에서 정상급 외빈 26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이들이 한국에 첫발을 내딛는 관문인 인천공항에서부터 철통 경호가 시작된다. 해외 정상급 인사들의 근접 경호는 해당국 경호원과 청와대 경호처가 맡는다. 하지만 2선 경호와 원거리 경호, 경비는 모두 경찰이 도맡고 있다. 공항경찰대 170명, 경호·경비인력 200명이 상시 투입된다. 이은구 인천공항경찰대 경비교통과장은 “하루에도 여러 차례 해외 정상이 공항을 통해 평창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공항이 경호·경비·대테러활동의 최전선이 됐다”며 “공항을 통해 평창으로 이동해 다시 본국으로 출국할 때까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긴장감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공항에서 평창까지 이동 경로와 수단이 다양한데다 정상급 인사들이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경찰도 진땀을 빼고 있다. 수십명의 정상급 외빈이 인천공항의 터미널 2곳을 통해 비슷한 시간대에 입국하는데다 평창으로 이동하는 방법도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일단 공항에 도착한 각국 정상들에게는 승용차와 버스·KTX 등 다양한 교통수단이 제공된다. 차량 이동 시에는 경호차량이 따라붙어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다. KTX로 이동할 경우에는 훨씬 복잡하다. 공항에서 역까지 도보로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경호·경비·순찰이 만만치 않다. 매번 2시간 전에 귀빈실과 차량·KTX에 대한 폭발물 탐지와 수색이 이뤄지고 정상들의 이동 동선을 따라 곳곳에 사복경찰관이 배치돼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다. 비행기 도착이 지연돼 예정된 KTX를 놓치는 돌발 상황도 종종 발생한다. 이럴 때는 폭발물 탐지, 수색 등 모든 점검을 처음부터 다시 진행한다. 경찰 관계자는 “해외 정상급 인사들에 대한 경호·경비 활동이 거의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대규모로 상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귀빈들의 안전은 물론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해 맞춤형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새 정부가 ‘낮은 경호, 열린 경호’를 지향하는데다 해외 정상 중 일부는 과도한 경호를 오히려 불편해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사전에 각 국가 경호원들과 동선 조율은 필수다. 상대국의 요청에 맞춰 시민들과 섞여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귀빈이 이동 과정에서 스킨십을 위해 일반인들과 접촉하고 사진촬영에도 응하는 경우가 있어 각 귀빈들의 스타일을 미리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테러위험에 노출돼 있는 국가 정상의 경우 경호와 대테러 활동을 훨씬 강화한다. 경찰 관계자는 “일반인들과 접촉을 원하는 귀빈의 경우 스킨십 과정에서 예측하지 못한 돌발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어 훨씬 더 긴장한다”며 “평창올림픽이 전 세계인의 축제인 만큼 각국 정상들은 물론 국민들도 불편이 없도록 경호업무를 수행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상이나 정상급 인사가 아닌 해외관람객과 일반 공항이용객을 대상으로 한 대테러 활동도 강화됐다. 인천공항경찰대는 의경지원중대 경력을 두 배로 늘리고 순찰시간과 구역을 넓혔다. 대테러활동을 전담하는 경찰특공대는 평창과 함께 인천공항에 인력을 집중 투입했다. 경찰견을 동반한 터미널 내외부 순찰도 강화됐다. 공항을 제외한 각국 정상들이 모이는 평창 등 강원도 지역에는 2순위 비상령인 을호비상이 발령됐다. 전국에 다른 지방청들 역시 경계강화를 발령했다. 경찰은 대회 기간 중 총 28만명, 하루 평균 1만4,000명의 경찰력을 동원해 물 샐 틈 없는 철통 경호·경비 활동을 펼친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민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나라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 경찰의 목표”라며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경찰이 ‘안전 금메달’을 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영종도=최성욱·서종갑·오지현기자 secre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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