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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지역 스스로 과학기술 혁신 역량 키워야

이진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





세상사는 오래된 지혜 중에 ‘자식을 사랑하면 물고기를 많이 잡아 주는 것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라’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당장에는 효과적으로 보이는 방법이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가 도입된 이래 국가의 균형발전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한 노력은 지난 2003년 ‘신행정수도건설특별법’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지방분권특별법’ 등 지방분권 3대 특별법의 제정으로 정점에 이르렀으며 경제·사회·문화의 모든 면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정책적 노력을 경주했다.

과학기술 분야 역시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개발해 시행했다. 그간 지역발전 등을 목적으로 추진된 중앙부처의 연구개발사업은 120여개에 걸쳐 3조2,000억원 수준에 이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지역사업의 실질적인 지역발전 효과는 미흡하다는 것이 중론이고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연구개발 성과의 지역별 불균형 정도와 중앙에 대한 의존성은 오히려 심화하는 형편이다.

그 원인에 대한 진단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으나 그간 지역발전정책이 각 지역이 스스로 힘으로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체득할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중앙정부에서 ‘잡은 물고기를 지역에 보내주는 방식’을 취함으로써 오히려 지역의 중앙 의존성을 심화시키고 지역 참여 의지마저 꺾은 것은 아닌지에 관한 자성의 목소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지금까지의 지역발전정책은 지역이 스스로 기획하고 자원을 확보하려는 노력보다는 중앙정부로부터 자원을 많이 배분받을 수 있는 역량을 높이는 데 더욱 치중하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일 세종시에서 ‘국가균형발전 비전 선포식’을 가졌다. 새로운 정부 들어 ‘자치 분권’의 개념이 강조되면서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으로 일종의 ‘국가균형발전 2.0’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과거의 국가균형발전이 불균형 성장거점전략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이었다면 앞으로의 국가균형발전은 지역이 기획의 중심이 되는 상향식 추진체계의 보편화와 지역민의 수요와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내부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내생적 지역개발전략에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지역이 삶과 일자리의 ‘주체’로 거듭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정책 방향 설정이 중요한 것이다.

다시금 국가균형발전이 화두로 떠오른 지금, 정부는 결과로서의 국가 균형이 아니라 역동성과 다양성의 기반 위에 지역이 자생적 혁신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역량을 갖도록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지역이 스스로 지역의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기획역량을 키우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목적지에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그 목적지가 어디냐는 것이다. 지역의 자기 주도형 혁신역량 확보라는 한 단계 진일보한 목표를 설정한 이상 한 걸음씩 차분히 나아가는 추진력과 인내심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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