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9일 연평해전·천안함 전사자 추모 현장에서 탈북자들을 직접 만나 “북한 폭정 피해자인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으러 왔고 전 세계가 듣기를 바란다”며 “자유를 위해 싸운 데 대해 미국인들은 마음을 같이한다”고 강조했다.
평창동계올림픽 미국 대표단을 이끌고 지난 8일 방한한 펜스 미 부통령 부부는 이날 개막식 참석에 앞서 경기도 평택의 해군2함대 사령부를 먼저 찾았다. 평택 2함대 사령부에는 연평해전 등 서해 수호를 위해 북한과 싸우다 희생된 장병을 기리는 추모시설인 서해수호관과 북한의 어뢰 공격으로 침몰한 천안함 기념관 등이 있다.
펜스 부통령의 평택 일정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의식불명 상태로 미국에 송환된 후 결국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씨가 동행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에 목발을 들고 등장했던 지성호씨를 비롯해 탈북자 4명이 함께했다. 남북 대치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는 군사 현장에서 북한 정권의 피해자들과 함께함으로써 “리본 자르러 가는 게 아니다. 모든 방문지에서 북한의 진실을 알리겠다”던 대북 압박 예고를 그대로 실행한 것이다.
35분 가까이 진행된 탈북자와의 면담 내내 펜스 부통령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그는 “북한 폭정에서 탈출한 남성과 여성을 만나 영광”이라며 “(여러분들은 ) 여전히 자유를 갈구하는 수백만 명의 북한 사람들을 대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는 포로수용소가 있고 북한 사람 70% 이상이 식량 지원 없이는 생존을 못하고 아이들은 영양실조로 고통을 받는다”고 북한 참상을 지적했다.
펜스 부통령은 북한의 평창 참가와 방남 등 유화적인 행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펜스 부통령은 “오늘 밤 전 세계가 북한의 ‘매력 공세(a charm offensive)’를 보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들(탈북자들)의 증언처럼 북한은 자국 시민을 가두고, 고문하고, 굶기는 정권”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여러분들이 증언한 진실이 전 세계에 알려질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면담장에서 만난 꽃제비 출신 탈북자 지성호씨와 프레드 웜비어씨는 서로 껴안고 위로하기도 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알리사 파라 부통령 대변인은 트위터에 현장 사진과 함께 “감동적이면서도 가슴 아픈 순간. 전 세계는 북한 정권이 범한 잔학행위를 잊을 수 없다”는 글을 남겼다. 또 펜스 부통령의 부인인 캐런 여사는 여성 탈북자인 김혜숙씨가 증언할 때 옆에서 손을 잡아주기도 했다. 김씨는 “28년 동안 수감돼 있다 살아나왔다”며 “국경경비대 군인들이 중국에 나를 팔아넘겼고 브로커를 통해 한국으로 왔다”고 가슴 아픈 사연을 전했다.
한편 펜스 부통령은 면담에 앞서 2함대 사령부 내 서해수호관을 방문해 1층 ‘북방한계선(NLL)과 해전실’에서 김록현 서해수호관 관장으로부터 1·2차 연평해전과 대청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탈북자 면담 후에는 천안함 기념관도 방문했다. 평택 현장에는 빈센트 브룩스 한미연합사령관 겸 주한미군사령관, 김병주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이종호 해군2함대 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대리 등도 동행했다. /평택=외교부공동취재단·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