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뽑기방과 오락실 등 감시 인원이 적은 무인점포가 10대 범죄의 표적이 되고 있다. 10대들은 무인점포에 현금이 수백만원씩 쌓여 있는데다 간단한 공구만으로도 열릴 만큼 기계 보안이 취약하다는 점을 악용했다.
서울 서부경찰서는 지난달 21일 서대문구 A 인형뽑기방에서 지폐교환기를 분해해 현금 350만원을 훔친 이모(18)군 등 고등학생 4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9일 밝혔다. 경찰은 뽑기방 주인의 신고를 받고 약 2주간 뽑기방 내 폐쇄회로TV(CCTV)와 주변 탐문수사를 벌여 이들을 검거했다. 이군 일당은 이번 범행 외에도 성신여대 대학가와 성북구 주택가 무인점포 여러 곳을 돌며 비슷한 수법으로 한 달간 약 1,000만원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훔친 돈은 주로 술과 담배를 사는 데 썼다.
무인점포 내 현금을 노린 청소년 범죄가 최근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부산과 진해에서 비슷한 수법으로 인형뽑기방을 턴 청소년 일당이 붙잡혔다. 한 명이 교환기를 분해하는 동안 3명이 주변에서 망을 봐 주는 식으로 보름 만에 2,000만원가량을 훔쳤다.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전국 인형뽑기방 수는 1,705개에 이른다.
업주들도 피해를 막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건비 부담을 감수하고 2인 1조 아르바이트생을 붙이는 식이다. 서울 마포구에서 오락실을 운영하는 한 점주는 “인건비를 안 쓰려고 이 사업을 시작했는데 결국은 범죄를 막기 위해 아르바이트생을 7명씩 고용하고 있다”며 “여의치 않을 때는 내가 하루 종일 매장을 지키기도 한다”고 하소연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구대 차원에서 피해가 잦은 번화가를 자주 순찰하겠다”며 “업주들도 매장에 상주하거나 방범 장치를 설치하는 등 보안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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