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0월 첫 방송을 시작한 KBS2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 더유닛(이하 더유닛)’이 최종 18인의 탄생을 알리며 150여 일의 대장정을 마쳤다. 기회 부족으로 인해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거나, 일찌감치 실패라는 낙인이 찍혀버린 아이돌들에게 다시 한 번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다는 프로그램의 취지에 따라 다양한 사연을 가진 가수들이 ‘더유닛’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 가운데서도 임준혁의 출연은 모두에게 의외였다. 데이식스 탈퇴 이후 첫 방송 출연이었을 뿐 아니라, 밴드 활동만 했던 그와 아이돌이라는 단어는 좀처럼 매치가 되지 않았다. 물론 당사자 역시 낯선 건 매한가지였다. 그는 ‘더유닛’을 통해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큰 용기를 냈다.
“처음에 출연 제의를 받았을 때는 제 전문분야가 아니다 보니까 거절을 했어요. 그런데 더 객관적인 평가를 받아보고 싶다는 마음도 들었어요. ‘더유닛’에서 한 번도 안 해본 춤을 추느라 처음에는 적응을 못하기도 했는데, 조금씩 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함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아이돌과 보컬의 구분을 지었다면, 이제는 춤추며 노래하는 사람들에 대한 존경심도 생겼어요. 너무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그의 말마따나 생전 해보지도 않던 춤이라는 영역은 결코 쉽지 않았다. 그저 할 수 있는 거라곤 같은 팀원들의 도움을 빌려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심지어 신곡 음원 발매 미션 당시에는 B형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도 연습을 이어나가야 했다.
“처음에 마르코를 시작으로 동명이, 정하까지 독감에 걸려서 안에서는 난리가 났었죠.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중간에 쉬는 기간 동안 다 나아서 왔는데 저는 쉴 때 멀쩡하다가 연습 다시 들어가니까 바로 몸살이 오더라고요. 육체적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같아서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던 때에요. 저는 옆에서 누가 안무를 알려줘야 하는 상황인데 옆에 오면 옮을 수 있고, 저 때문에 더 힘들었을 거예요. 더구나 저희 안무가 굉장히 어려웠거든요. 4~5일 동안 거의 매일 아침 6시에 끝났을 정도로 단체 연습을 했어요. 그런데 정말 제 몸이 아닌 것 같이 힘들었는데, 한편으로는 재미있더라고요. 물론 저는 노래만 해야 할 것 같아요(웃음)”
그런 힘든 과정 덕분이었을까. 임준혁이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 역시 가장 기다려왔던 셀프프로듀싱 무대가 아닌 신곡 음원 미션 무대였다. ‘더유닛’ 무대로 거둔 성적 중에 가장 저조한 성적을 기록했음에도, 그의 만족도만큼은 컸다.
“보컬 포지션이자 셀프프로듀싱이다 보니 자신이 있었어요. ‘마이턴’과 ‘퍼펙트 맨’에서 보여주지 못한 저의 보컬적인 역량을 보여주겠다는 마음도 있었죠. 그런데 돌이켜보니 신곡 음원 발매 미션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순위는 가장 낮았지만 제일 좋았어요. ‘우리가 이렇게 노력하니까 정말 되는구나’를 느끼게 해 준 미션이기도 했고요”
무엇보다 임준혁은 ‘더유닛’을 통해 소중한 인연들을 얻었다. 평소 낯가림도 심한 성격에다 방송 활동도 없다보니 연예인 친구가 거의 없었던 그는 같은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됐다. 앨범 준비로 인해 더욱 그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던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실 ‘더유닛’에 나가기 한참 전부터 앨범 준비를 하고 있었어요. ‘더유닛’에 집중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곡 작업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계획된 일정을 맞추기 위해서는 남는 시간에 틈틈이 작업을 해야 했어요. 그래서 친분을 더 쌓지 못한 아쉬움이 남아요. 그래도 여기서는 뭔가 전우애 같은 끈끈함이 있더라고요. 5일 동안 연습하다보면 마치 1~2년 알고 지낸 것 같이 친해지게 돼요.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동질감도 있고요”
그가 여기서 말하는 동질감은 가수라는 직업에 대한 불확실함, 기회가 쉽게 주어지지 않는 환경, 미래에 대한 고민이 모두 중첩되어 있다. 이미 좌절을 한 번씩 맛본 사람들인 만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사연들은 모두에게 적용됐다.
“그 안에 모든 사람들이 같은 고민과 힘듦을 겪어요. 사실 예전에 회사 나오고 일이 없을 때, 집에서 놀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가 싫어서 집 앞 학교 운동장에 앉아 있다가 저녁 때 들어갈 때가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걸 대부분 다 경험했더라고요. 저야 회사 나오고 나서 일이 없었다면, 다른 친구들은 회사와 팀이 있는데도 일이 없고, 집에 있기 눈치 보여서 나와 있었던 거죠”
모두가 그런 과정을 겪은 만큼, ‘더유닛’이라는 방송은 모두에게 너무도 간절할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분량이나 파트에도 조금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없는 것 역시 사실. 임준혁 역시 방송 도중 파트 배분으로 인해 팀원들과 불편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다.
“방송에서는 저희가 생각한 것과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비춰져서 아쉬움은 있어요. 방송에서는 싸우는 것처럼 나왔지만 싸우지는 않았어요. 우리가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무대를 보여줄 수 있을까 하는 의견 충돌일 뿐 이었어요”
음악적으로 좋은 능력을 가진 동료들을 많이 만난 임준혁은 함께 했던 친구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꿈꾸고 있다. 비록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자신의 노래에 춤을 춰주기로 한 필독부터, 준큐, 희도, 래환 등 좋은 뮤지션들과 만들어 낼 새로운 음악들을 상상하는 재미도 크다고.
“래환이 형 보컬을 굉장히 좋아해요. 그리고 임팩트 제업이는 저와 너무 달라서 좋더라고요. 제가 못 쓰는 공명을 써요. 댄스 음악에 잘 맞는 보컬이죠. 그리고 저처럼 개성이 짙은 목소리라서 함께 하기는 힘들겠지만 록현이 형도 보컬로서는 정말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어요”
/서경스타 이하나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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