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총리와 장관 등 고위 관료에게 뇌물을 주고 약값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는 스위스 거대 제약업체 노바티스에게 수 십 억 유로의 피해 보상금을 청구할 것이라고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가 밝혔다.
치프라스 총리는 12일 그리스 의회에 노바티스로부터 뇌물을 받은 의혹을 받고 있는 정치인들을 조사할 것을 촉구하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정부는 노바티스가 그리스 국민에게 빼앗은 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마지막 1유로까지 그리스 국민들이 강탈당한 돈을 되찾기 위해 국내법·국제법이 허용하는 모든 권한을 사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리스 당국은 특정 의약품의 그리스 시장에서의 판매를 촉진하고, 부풀려진 가격에 의약품을 공급하기 위해 노바티스가 의료진과 공무원을 비롯한 수 천 명에게 불법 뇌물을 제공한 혐의를 잡고 2016년부터 조사를 진행해왔다.
당국은 노바티스가 이런 방식으로 2006∼2015년 그리스 국고에 미친 손실이 30억 유로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바티스는 특히 그리스가 재정 위기로 국가 부도 위기에 몰리며 상당수 그리스 국민이 빈곤에 빠진 2010년 이후에도 약값 부풀리기를 지속해온 혐의를 받으며, 공분을 사고 있다.
현지 언론은 노바티스 리베이트에 연루된 고위 관료 명단에 2012년∼2015년 총리를 지낸 안토니스 사마라스 전 총리 등 전직 총리 2명, 현재 유럽연합(EU) 난민 담당 집행위원인 디미트리스 아브라모풀로스 전 보건 장관 등 장관 8명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하지만, 사마라스 전 총리와 아브라모풀로스 전 총리는 혐의를 부인했다.
그리스에서는 전임 관료의 임기 중에 발생한 일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은 의회만 갖고 있다. 그리스 의회는 시리자가 아슬아슬하게 과반 의석을 유지하고 있는 터라 노바티스 리베이트에 연루된 고위 관료들을 조사하라는 치프라스 총리의 요구를 승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노바티스는 그리스 당국에 협조하고 있으며, 자체적인 감사와 비위 직원 처벌 절차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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