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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인터뷰]‘안나 카레니나’ 정선아 “짧은 인생 속에서 행복·불행을 숨길 수 없었던 여인”

“안나가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의 소리가 들리시나요?”

“자연스럽게 안나가 된 15년차 뮤지컬 배우”

“첫 공연 때 떨리지 않은 건 ‘안나 카레니나’가 처음”

“안나의 마지막이 묵직하게 누른 후 펑 터져 산산조각 재가 되고 먼지가 되어 공기에 사라진 느낌이랄까. 공기 중에 보이지 않는 그런 흔적들을 관객들이 느끼고 가면 좋겠어요.”



데뷔 15주년을 맞이한 뮤지컬 배우 정선아는 ‘안나 카레니나’를 만나 “열정이 새롭게 불타오르는 느낌”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러시아 뮤지컬이어서 호기심이 생겼다”고 했다.

배우 정선아/사진=조은정 기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안나’의 이야기를 소재로 시대를 관통하는 가족과 사랑 등 인류 본연의 인간성에 대한 예술적 통찰을 담아낸 작품.

정선아가 타이틀롤을 맡은 ‘안나 카레니나’는 완벽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허함과 외로움을 품고 있는 복합적인 캐릭터로, 젊은 장교 ‘브론스키’(이지훈, 민우혁)를 만나 위험한 사랑에 빠지며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인물이다.

특히 마지막에 안나가 열차에 몸을 던졌을 때 느껴지는 이야기는 배우의 역량에 따라 다른 여운을 선사한다. 그렇기에 정선아는 ‘관객들에게 뜨거운 물음표를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 추운 겨울에 열차가 시끄럽게 가다가 산산조각 재가 되고, 먼지가 되고, 사라져요. 바람을 타고, ‘안녕’이란 말이 들리는 듯 해요. 안나의 여정을 보면서, 내 인생의 불행, 행복, 사랑, 그리고 인생 마지막 죽음을 느끼면서 뜨겁게 물음표가 생기셨음 해요. 다 보여드렸을진 모르겠지만, 이 여자가 자신의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의 소리를 무대 위에서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이 커요. 지금도 무대 위에서 안나로 살면서 마음의 소리와 싸우고 있어요.”

2016년 러시아에서 러시아에서 초연된 ‘안나 카레니나’가 해외 라이선스 공연으로 올려지는 건 한국이 처음이다. 정선아는 지금까지 했던 연출들과는 너무 달라서 연습을 하면서 싸우기도 했고 울기도 했다고 한다.



“아침부터 끝까지 모두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하면서 육체적으로 계속 쏟아내야 했어요. 당연히 힘들었죠. 지금까지 했던 작품은 배우들이 목소리를 아끼게도 해주고, 쉬게도 해주었는데, 이번엔 쉬는 게 없었으니까요. 정말 강한 여성으로 단련될 수 있었어요. 정말 제 인생의 다시 오지 않을 경험이었어요.”

알리나 연출가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하나 하나의 캐릭터와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 배우들이 한순간도 나약해지고 해이해질 틈이 없었다. 주인공 안나가 연습실에서 마이크도 없이 16곡을 다 부르게 했을 정도. 그만큼 이번 작품 안엔 정선아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이렇게 연습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너무 안 해봤던거라 의구심도 들었어요. 준비한 뒤 쏟아내는 게 아니라, 거침없이 쏟아내야 한다는 말이 가능할까. 힘든 것도 힘든 것이지만 이러다 제 목이 갈까봐 무서울 정도였어요. 그런데 어느 날 연출 분이 ‘너를 보면서 안나가 표현이 되는 게 좋다. 어떤 순간도 안나가 쉬지 않고 살아줬으면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사실 첫 공연을 올리기 전까진 연출님의 말을 완벽히는 받아들이지 않았어요. 그런데 첫 공연을 올린 뒤 떨리지가 않았어요. 그만큼 ‘준비가 잘 됐으니까’요.”

준비한 자에겐 행복이 뒤따랐다. 보통 개막 10일 전에 런스루를 하는 것에 비해, ‘안나 카레니나’는 개막 25일 전에 런스루를 시작해 모든 합을 맞춰보며 준비했다고 한다. 안나의 희노애락은 고스란히 정선아의 몸에 배어 있어, 본 공연을 올린 순간 “연습기간 내내 날 힘들게 했던 모래주머니가 다 없어져서 훨훨 나는 느낌”이 들었을 정도.

“고민과 눈물의 시간을 거쳐 자연스럽게 안나가 됐어요. 진심도 진심이거니와 몸이 기억하는 좋은 연기법을 제게 주셨어요. 많은 걸 배운 것 같고 좀 더 깊어진 제가 된 것 같아요. 좀 더 단단해지고 어떤 문제든 그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나만의 해결 방법이 생긴 것 같아요. ”

15년을 뮤지컬 배우로 살아온 정선아. 2002년 뮤지컬 <렌트>로 데뷔한 이후 뮤지컬계의 비욘세라 불리며 <드림걸즈>, <지킬 앤 하이드>, <아이다>, <에비타>,<위키드>,<데스노트> 등에서 자신만의 존재감을 발산, 독보적인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한 작품 한 작품 필모가 쌓여갈수록 조금은 넓어지고 깊어지는 시간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 사이 포용력도 생기고 마음이 열리면서 어른이 되가는 과정에 있다. 그렇기에 서른 이전에 이번 작품 제안이 왔다면 선뜻 하겠다고 마음을 먹지 않았을거란다.

“워낙 밝고 해피한 작품을 좋아해서, 아마 이 작품을 선택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제가 잘 해낼 거란 확신도 없었을 것 같아요. 지금 이때에 이 작품을 만난 게 너무 다행인 것 같아요. 저에게 너무 큰 깨달음이 된 게 ‘감사’ 인데, 그 ‘감사함’을 알게 해준 작품이죠.”

배우 정선아/사진=조은정 기자


배우 정선아


이른 나이에 ‘뮤지컬 배우’라는 꿈을 잡은 정선아의 생각과 마음 씀씀이는 특별했다. 그는 ‘배우는 절대 어디로 피할 수 없는 생선 같다’고 비유하기도 했다. 그만큼 배우에게 관객의 평가와 사랑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 일을 하기까지 수 많은 열정과 노력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지금 너무 행복하게 꿈을 잡았어요. 내가 무장을 해서 식탁에 올려져있지만, 그걸 맛있게 요리해서 드시거나 혹은 안 먹거나 하는 걸 결정하는 건 관객이란 생각이 들어요. 뭐든지 ‘감사’라는 그 단어가 내 마음에 없으면 제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무대에 오르고 싶어요. 계속 변화해가는 쇼비즈니스 엔터테인먼트에 감사해요. 더더더, 좋은 작품을 하고 싶고, 더더더더 좋은 모습을 무대 위에서 보여드릴게요. (웃음)”

한편, 정선아 옥주현 등이 출연한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는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에서 2월 25일까지 공연을 이어나간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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