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화를 처음으로 폭로한 김현(38·사진) 시인이 성소수자 인권 옹호와 페미니즘 운동 등에 관한 글을 모은 산문집 ‘질문 있습니다’를 출간했다.
시인은 2016년 당시 ‘21세기 문학’ 가을호에 발표한 글 ‘질문 있습니다’를 통해 문단 내 여성 혐오와 성폭력 문제를 고발했다. 이 글은 공개와 동시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급속히 확산되면서 한국판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 책에는 ‘질문 있습니다’를 포함한 총 34편의 산문이 실렸다. 특히 1년여 전에 쓰인 ‘자수하세요’라는 글은 마치 오늘의 사태를 예견이라도 한 듯 문단의 성폭력 문제를 폭로하고 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영혼을 팔아 쓴다“는 유명한 원로 시인 아무개와 원로 소설가 아무개 등의 ‘그 시절’ 술자리 작태(가 제대로 지적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문단이 이 모양 이 꼴이 되었다는 것을.”
책은 페미니스트이자 인권 활동가로서 여성·성소수자·철거민 등 사회적 약자를 향한 목소리를 담은 글들과 여행·연애 와 같은 사적이고 가벼운 이야기들이 함께 묶었다. 시인은 “이 모든 사태가 지났을 때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은 어떤 위치에 있고, 피해ㆍ고발ㆍ증언자들은 어떤 위치에 있는지가 중요하다”며 “그동안 가해자들은 언제나 타격을 입어도 여전히 그 위치에서 가진 것을 잃어버리지 않고, 고발자는 이후에 뭔가가 날아갔다. 이걸 지켜봐야 한다”며 강조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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