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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꾼 아이컨, 제록스 매각 제동

"제록스 기업가치 현저히 저평가

후지가 훔쳐가도록 놔둬선 안돼"

칼 아이컨 /블룸버그




인수합병(M&A)에 사사건건 간섭해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컨이 이번에는 제록스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미국 경제전문 매체 CNBC는 제록스 최대주주인 아이컨과 3대 주주인 다윈 디슨이 12일(현지시간)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통해 후지필름의 제록스 인수에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컨과 디슨은 이날 기준 제록스 지분을 각각 9.2%, 6%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이날 제록스 매각 발표 이후 처음으로 낸 공식 입장에서 합병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이들은 “현재 제록스 이사진이 제록스의 구조적 문제를 간과했다. 제록스와 후지필름 간 거래는 제록스의 기업가치를 현저히 저평가했다”며 “우리가 어떠한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면 후지필름의 음모는 제록스 사망의 마지막 전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후지필름은 높은 인수금액을 지불하지 않고도 미국의 위대한 상징과도 같은 기업의 지배권을 얻게 되는 셈”이라며 “주주들은 후지필름이 제록스를 훔쳐가는 것을 지켜봐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아이컨과 디슨은 또 지난 2010년 후지제록스의 두 자회사에서 발생한 회계부정 스캔들이 이번 거래로 이어진 것 아니냐며 당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설명을 요구했다.



앞서 제록스는 지난달 31일 후지제록스(제록스와 후지필름의 합작법인)와 사업을 통합한 뒤 통합사의 지분 50.1%를 후지필름에 넘긴다고 발표한 바 있다. 후지제록스는 제록스 주주들에게 25억달러(주당 약 9.8달러)의 특별 현금배당을 할 예정이다. 이는 제록스 시가총액의 3분의1에 달하는 금액이다. 외신들은 건식원리 복사기와 상업용 레이저프린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115년 역사의 기업이 일본 자본으로 넘어간다며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의 주장에 대해 제록스 측은 오랜 고민 끝에 나온 최선의 선택이었다고 강조하며 “제록스의 흡수합병 이후 기업 성장 효과가 주주들에게 돌아갈 뿐 아니라 재무구조도 더욱 탄탄해진다”고 반박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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