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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학생부군과의 밥상

박남준 作





녹두빈대떡 참 좋아하셨지

메밀묵도 만둣국도

일 년에 한 두어 번 명절상에 오르면

손길 잦았던 어느 것 하나

차리지 못 했네

배추된장국과 김치와 동치미

흰 쌀밥에 녹차 한 잔

내 올해는 무슨 생각이 들어

당신 돌아가신 정월 초사흘

아침밥상 겸상을 보는가

아들의 밥그릇이 다 비워지도록

아버지의 밥그릇 그대로 남네

제가 좀 덜어 먹을게요

얘야 한 번은 정이 없단다

한 술 두 술 세 숟갈

학생부군 아버지의 밥그릇

아들의 몸에 다 들어오네

아들의 몸에 다 비우고 가시네

제삿밥 얻어먹으러 시인의 사립문 찾았더니 참 이상한 제사를 구경하게 되었네요. 병풍도 없이, 지방도 없이, 조율시이 과일도 없이 늘 먹던 상차림에 밥 한 그릇, 수저 한 벌 더 놓았군요. 수많은 향벽설위 보았어도 조상과 마주 앉은 겸상은 처음이네요. 법도에 없는 제사로다 혀를 차렸더니, 부자가 함께 식사하는 모습 여간 따뜻한 게 아니네요. 생시처럼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누고, 상 밑으로 무릎도 서로 닿겠네요. 한 술 두 술 덜어준 것이 밥그릇뿐인가요, 우리의 몸도 우리의 조상이 덜어준 것이지요. 시인의 제사 겸상, 무술년 설날 차례에도 좋은 힌트가 되겠어요. 가족 모두 가볍고 즐겁게 소통하는 축제의 설이 되시길!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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