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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부메랑은 돌아온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호주 여행 중 원주민의 부메랑 시범을 본 적 있다. 지금은 놀이기구가 됐지만 부메랑은 본래 사냥이나 전쟁 도구였다. 목표물을 맞히지 못하면 다시 돌아온다. 이때 돌아오는 부메랑에 자신뿐 아니라 넋 놓고 있던 옆 사람이 맞기도 한다. 우리 사회도 성취를 위한 부메랑을 수없이 던져놓았다.

법조인이라고 하면 공부 잘해 어렵다는 고시에 붙어 평생 대접받으며 잘사는 기득권층을 쉽게 떠올린다. 과거에 실제로 그랬으니 틀린 생각은 아니다. 교수인 대학 동기에게 고시 못 붙어 교수나 한다고 비아냥거리는 변호사를 본 적이 있다. 의뢰인에게 이런 푼돈 받고 일하려고 공부한 줄 아느냐고 호통치는 변호사도 봤다. 과거에는 변호사 사무실의 문턱이 높다는 원성이 자자했다.

현재도 그럴까. 지난 2017년 변호사 1인당 사건 수임은 월평균 1.7건이다. 사무실을 구하지 못해 개업 장소를 본인의 집이나 서울 신림동 고시원으로 등록한 젊은 변호사들이 적지 않다.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공무원 시험을 기웃거리는 변호사도 있다. 정말 굶어 죽기 직전인 것이 현실인데 선배들이 잘못 던져놓은 부메랑을 맞고 있는 것이다.

법원도 개혁의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이는 판사들이 편을 갈라 갈등하는 모습을 투견 판처럼 즐기면서 조소하고 있다. 법정에서의 근엄함과 익명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지킬 박사와 하이드에 비유되기도 한다. 선배 판사들이 내부든 외부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했다면 현재의 진통이 없을 것이다.



검찰 역시 편안하지 않다. 온통 검찰의 힘을 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한때 절대권력으로 두려움과 동시에 질시를 받았다. 그러나 스폰서 사건, 성 추문, 뇌물 수수 등 검찰의 신뢰를 무너뜨린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였다. 누릴 것 다 누린 선배들 때문에 밤새워 일하는 후배들의 어깨가 처지게 된다.

정치계·경제계도 눈치를 볼 것이 아니라 선배들이 관행처럼 맺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정치와 경제의 중심이 국민에게 맞춰져야 한다. 변호사가 정의의 붓으로 인권을 쓴다면 기자는 정의의 펜으로 역사를 써야 한다. 언론도 사주를 위해, 광고주를 위해 사실을 왜곡한 적이 있다면 역사의 부메랑이 돌아오기 전에 고백해야 한다.

최근 암호화폐를 비롯해 세대 간 갈등이 심각하다. 젊은 세대가 갈 곳을 잃고 있다. 기성세대의 ‘나도 힘들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기성세대가 던져놓은 부메랑 중 실패해 돌아올 것도 있다. 던져놓은 부메랑 전부를 거두지는 못해도 최소한 던졌음을 알려줘야 한다. 그래야 후배들이 불의타를 맞지 않는다. 젊은 세대가 돌아오는 부메랑을 다시 잡고 또 다른 목표물을 향해 힘차게 던질 수 있도록 해줄 책임이 기성세대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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