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두테르테의 관심사 “김정은을 어떻게 할 것인가”
트럼프 미 대통령과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지난해 4월 29일 밤 북한문제, 특히 김정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워싱턴포스트의 보도를 따라가 본다.
(트럼프) 그쪽은 어떠한가?
(두테르테) 잘 하고 있다. 아세안 회원국들은 한반도 정세에 긴장하고 있다. 우리들은 대통령을 지지하고 (북에)압력을 가해 나가겠다. 왜냐하면 김정은의 손에 로켓과 탄두가 있는 한 무엇이 일어날지 알 수 없고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
(트럼프) 당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우리들이 상대하는 자는 안정되어 있는가?
(두테르테) 그(김정은)는 불안정하다. 로켓을 쏘아 올리며 웃고 있다. 그는 도발해서는 안되는 중국에 대해서도 거스르고 있다. 그는 늘 웃고 있지만 위험한 장난감을 쥐고 있다.
(트럼프) 그는 폭발물(핵무기)을 갖고 있는데 운반수단은 아직 별로다. 이것이 좋은 뉴스다. 그러나 정말 운반수단을 갖고 있다면 중국은 어떻게 할까?
(두테르테) 중국은 비장의 카드가 있다. 그의 머리는 돌아가지 않고 때때로 불량스럽다. 중국은 그에게 그만두라고 꼭 설득할 것이다.
(트럼프) 우리들은 거기(한반도)에 많은 화력이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잠수함 두 척이 있다. 사용하고 싶지 않지만 그는 미쳐 있는지도 몰라서 주시하고 있다.
(두테르테) 어떤 시대에도 이상한 놈이 있다. 우리 시대에 김정은이 그렇다. 당신은 매우 미묘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트럼프) 중국이 문제를 해결하길 희망한다. 중국은 방법이 있다. 상당한 물건이 중국으로부터 (북한으로)가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하지 않으면 우리들이 한다. 나는 시진핑과 매우 좋은 관계다.
(두테르테) 미사일 사정거리가 걱정이다.
(트럼프) 핵무기를 갖고 있는 머리가 이상한 남자를 저렇게 방치해선 안된다. 우리들의 공격력은 북한의 20배다. 그러나 (그것을)사용하는 것은 원치 않는다.
이 전화 회담에서 여러 가지가 읽힌다. 우선 트럼프는 김정은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지 의심한다. 트럼프는 ‘핵무기 운반 수단의 완성’을 매우 걱정하고 있다. 미 본토에 도달하는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레드라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동향에는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만 “사용은 원치 않는다”며 무력공격에는 상당히 주저하고 있다. 당장은 문제해결을 위해 시진핑의 중국을 움직이려 하고 있다.
이 회담으로부터 상당히 시간이 지났지만 중국은 기대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그 사이 한국에서는 북한에 대해 비교적 덜 강경한 신정권이 탄생했다. 러시아는 북한과 사이에 정기여객선 운항을 개시해 경제적인 연결을 확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미국 측의 의도를 파악하려 ICBM급은 아니지만 중거리와 신형미사일의 발사 실험을 반복했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트럼프가 ‘미친놈’ 취급하는 김정은은 상당히 교묘하게 국제사회를 흔들고 있다.
◇ 2009년에 시작한 김정은 띄우기
트럼프가 광인 취급한 김정은에 대해 북한 당국은 2009년부터 선전을 시작했다. 북한에서 유포된 ‘대장 김정은 동지에 대한 위대성 자료’라는 상당히 과장된 선전물이 그것이다.
“청년대장 동지는 3세 때부터 사격해 명중시켰다. 자동총으로 1초당 3발 사격하고 100m 앞의 전등과 깡통을 명중시켰다.” “8세가 되던 해에는 생일 전에 대형 트럭을 운전해 구불구불한 길을 시속 120km로 달려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불가능한 체육종목은 없고 세계상식·건강상식까지 숙지하고 있다. 10대에 고금동서의 명장이 펴낸 전전략을 배워 육해공 전략에 정통했다.” “영어·독일어·프랑스어·독일어 4개 국어를 완전히 습득해 그 뒤 도합 7개 국어를 정복하기 위해 공부하고 있다. 3세 때 어려운 한시를 붓으로 써서 주위를 놀라게 했다.”고도 선전했다. 상식적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내용들로 가득하다.
김정은이 “핵을 가진 적과는 핵으로 대항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결심을 굳혔기 때문에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다. 또 그가 인격과 지도력에 있어 김 총서기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빼닮았다는 등의 주장도 빠지질 않는다.
◇ 일본인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가 본 김정은
북한의 3대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출생일은 1984년 1월 8일. 이모 고영숙(미국으로 망명)이 워싱턴포스트에 밝힌 내용이다. 출생지는 원산시로 보인다. 김일성 주석·김정일 총서기의 후계자인데 의아하게도 김일성과 찍은 사진은 없다. 이복형 김정남은 어릴 때 김일성에게 귀여움을 받았는데, 이것이 김정은에게는 콤플렉스가 되는 걸까.
김정은을 이야기할 때 요리사 후지모토 겐지의 저작과 증언을 빠뜨릴 수 없다. 그는 1989년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요리사로 일하면서 어린 정은과 놀아주며 친해졌다. 후지모토와 김정은의 첫 대면은 1990년 1월로 그가 “저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일본제국 출신인가” 증오의 눈으로 보더라는 것. 겨우 7살 아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고계연기자 kogy2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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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새해를 맞아 평창동계올림픽(2월9일 개막)을 앞두고 한반도 정세(외교 안보 등)는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일촉즉발의 험악했던 형국을 떠올리면 상당히 이례적 진전이지만 美·日은 ‘비핵화’를 내세워 북한을 압박하는 터라 상황 전개는 여전히 유동적이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북한의 김정은 당위원장과 주고받은 말폭탄과 위협은 당장 전쟁이라도 터질 것 같은 섬뜩한 벼랑 끝 대치, 그 자체였다. 북한의 잇단 탄도미사일 발사와 6차 핵실험, 그리고 유엔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어우러진 결과였다. 애꿎게도 우리는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위기감에 시달려야 했다. 트럼프에 맞서는, 30대 초반의 북한 최고지도자 김정은은 도대체 어떤 인물인가. 미치광이인가? 전략가인가? 그의 성장 과정과 인성 등을 들여다보고 북한의 과거 현재 미래 전반을 분석·예측해보는 일본 언론인 고미요지(도쿄신문 편집위원)의 원고를 입수했다. 국내 판권을 가진 서교출판사(김정동 사장)의 양해로 콘텐츠의 일부를 고치고 줄여 정기적으로 옮겨 싣는다.
* 고미 요지(五味 洋治) :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주니치신문 서울지국에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중국총국에서 근무하며 북한 뉴스를 쫓아왔다. 지난해 2월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된 김정남과 7년 동안 주고받은 전자우편 대화록이 ‘안녕하세요, 김정남입니다’으로 2013년 번역서로 소개되기도 했다. 현재 도쿄신문 편집위원으로 재직 중. 61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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