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는 사랑하는 여자를 위해 위험한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정파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김현준은 극 중 해라(신세경 분)의 10개월 전 남친 최지훈 역을 맡아 연기했다. 검사 사칭 사기꾼이라는 사실이 발각돼 해라에게 충격을 주더니 간만에 재회해서는 수호(김래원 분)와의 연인관계에 악담을 퍼부었다.
나중에는 박곤(박성훈 분)의 끄나풀로 수호에게 접근, 해라에게 민폐를 주기도 했다. 그럼에도 시종일관 단순하고 유들유들한 성격 탓에 극의 활기를 띄우는 역할로는 제격이었다.
서울경제스타는 최근 ‘흑기사’로 ‘귀여운 밉상’을 선보인 김현준을 만났다. 실제로 만난 그는 지훈의 긍정적이고 유한 면과 닮아 있었다. 더러 흘리는 넉살과 유머감각까지 다양한 가능성과 매력을 보유했다.
-‘흑기사’가 막을 내렸다. 이번 작품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나?
“좋은 감독님과 작가님, 정말 멋진 선배님들과 작품에 참여하게 돼서 좋았고 행복했다. 기존에 했던 역할과 상반된 밝고 잔망스러운 캐릭터를 연기했는데 그 매력에 빠졌다. 배우로서도 또 다른 전환점이 된 것 같고 또 하나의 무기가 생기긴 것 같다. 좋은 선배님들에게 배운 경험치가 나에게 너무 영광스런 순간이었다.”
-종방연을 막방과 함께 했다고. 분위기는 어땠나?
“스태프 한분 한분께 최대한 시선을 맞추고 교감하려 했다. 스태프분들께서 저를 아껴주신 만큼 소주를 많이 주셨다. 어떤 분은 끝났는데도 안 믿겨 하시고 어떤 분은 우시기도 했다. 나는 상남자니까 마음으로 울었다.(웃음) 정이 많이 나름 들었던 것 같다. 이번 드라마는 정말 행복하게 촬영했는데 그 자체로 좋았다. 모든 스태프분들과 선배님들께서 나를 예뻐해 주셨다. 내가 극 중 풀어주는 인물이다 보니 스태프분들도 내가 오면 기분 좋아하셨던 것 같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이 됐다고.
“오디션 대본이 없었고 자유연기를 선보였다. 편하게 보이기 위해 능청스럽게 인사하고 ‘하하하’ 웃었다. 앞에 보신 분들이 긴장을 하셨는지 감독님께서 나를 보고 ‘이게 오디션이지’ ‘대화가 되는 사람을 만났다’고 하시더라. 내가 살아온 얘기, 전작 얘기들을 전해드렸고, 자유연기를 보시더니 지훈이 연기를 1주일 후에 보자고 하셨다. 나와 대화하면서 지훈스러운 면을 많이 봤다고 하셨다. 레퍼런스를 찾기보다 내 안에서 지훈이와의 교집합을 찾았다.”
-김현준에게는 김래원이 큰 선배로 다가왔겠다
“래원 선배님과 성훈 선배님은 나에게 너무나 좋은 형님들이셨다. 래원 선배님은 너무나 어려운 선배님일 것 같고 만나 뵙기 전까지 걱정을 많이 했다. 막상 만나 뵈니 너무나 수호처럼 ‘지훈이 왔니’라고 다정하게 선뜻 말 걸어주시고 먼저 리허설도 맞춰주시더라. 그야말로 ‘심쿵’했다. 촬영 중 카메라 장비 옮기는 사이에는 선배님의 경험, 에피소드, 연기 팁을 많이 알려주셨다.”
-박곤의 프락치를 연기하며 후반에 갈수록 박성훈과 ‘남남케미’가 돋보였다
“성훈 형을 촬영 전에 가장 많이 만났다. 그래선지 아무래도 마음이 먼저 갔다. 성훈 형은 너무나 착하시다. 연기적으로도 많이 배웠다. 같은 남자가 봐도 부드럽고 스윗할 정도의 ‘심쿵’ 매력이 있다.(웃음) 래원 선배님과 성훈 선배님은 남자가 봐도 멋진 두 남자였다. 박곤과 걸리는 장면에서는 어떻게 서로 인물들을 살릴까 많이 논의했다. 성훈형도 좋은 소스를 많이 주시고 수용도 잘 해줬다. 본인 의상도 빌려주시면서 앙상블이 좋았기 때문에 실제로도 애틋함이 있다.”
-신세경과 커플 연기도 잊지 못하겠다
“우선 너무 예쁘셨는데 연기까지 잘하셨다. 한 살 차이나는 누나였는데, 세경 누나의 시선에서는 내가 동생인 만큼 편하게 잘 해주셨다. 털털한 부분이 있어서 대화가 잘 됐다. 내가 ‘흑기사’에 캐스팅된 건 파격적이라 생각했고,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너무 대단한 선배님들과 작업하는 거라 작품에 누를 끼치지 말자고 목표를 잡았다. 다들 너무 잘해주셨다.”
-지질한 전 남친, 어떻게 표현하려 했나?
“나는 재미있었다. 그런 캐릭터 제안이 오는 게 많지 않다. 이번에는 지질함에 대해 합법적으로 판이 깔렸다. 나에게 있는 그런 면을 과장해서 연기했다. 너무 준비하고 지질하기보다 상대방의 말에 반응해서 연기하려했다. 오히려 준비하면 티가 나더라. 캐릭터가 너무 붕 뜨지 않도록 감독님과 중간선상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얘기했다. 어려운 캐릭터였는데 선배님들도 재미있어하셨다. 너무 좋았다.”
-시청자들이 지훈 캐릭터에 어떤 반응을 줬나?
“생각보다 욕을 많이 안 먹었다. 초반에는 ‘귀여운 쓰레기’라는 수식어가 붙어서 감사했다. 감독님도 그렇게 목표로 하셨는데 기분이 좋았다. 중후반에는 프락치 역할을 하면서 톤이 무거워지긴 했다. 최지훈이란 인물을 욕하는 것에 있어서 나는 나쁘게 생각 안 한다. 지훈스러움을 더하기 위해 중간 중간 리액션, 애드리브성 대사를 첨가하기도 했다. 한 번은 촬영을 나갔다가 돈까스집 사장님께서 나를 ‘나쁜 검사’로 알아보시고 음료수를 서비스로 주시더라. 많은 연예인 사인 옆에 내 사인도 올려주시고 감사했다.”
-실제로도 지훈과 같은 면이 있는지. 평소에 김현준은 어떤 사람인가?
“동네 친구들에게는 지훈스러운 면이 있다. 그 이외에는 또 다른 모습도 있다. 친구들을 만나면 수다를 엄청 떤다. 그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다. 밥 먹으며 반주도 하고 교감하는 걸 좋아한다. 우리 나이 대의 친구들이 고민이 많아서 친구들의 고민을 자주 들어준다.”
-극 중 지훈이 헬스트레이너로 나오면서 완벽한 근육질 몸매를 공개했다
“딱 한 달 만의 시간이 있었다. 감독님이 저에게 몸을 만들어야하는데 할 수 있겠냐고 하셨다. 내가 벗을만한 상황의 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보겠다고 하고 만들었다. 갈라진 근육을 만들다보니 자연스레 7kg이 빠졌다. 진짜 독하게 했다. 나중에 PT 선생님이 얘기해주시길, 내가 지킨 식단과 운동은 대회 나가기 전 선수들이 하는 것이라더라. 진짜로 수행할 줄 몰랐는데 했다더라. 난 말 잘 들은 것 밖에 없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져 있어서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했다. 운동을 틈틈이는 하고 있는데 지금은 추워서 피하지방으로 살짝 덮어놨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
“찍으면서도 재미있었던 장면인데, 초반에 내가 꽃다발을 들고 해라네 사무실에 가서 무릎 꿇고 고백하는데 결국 거절당하는 장면이다. 기대도 많이 했고 고민도 많이 했다. 해라가 비싼 옷을 입은 걸 보고 지훈이가 ‘이거 캐시미어니?’라고 물으면 해라가 ‘어, 100%’라며 주고받는 대사로 블랙코미디를 보여주려 했다. 거기서부터 ‘귀여운 쓰레기’라는 수식어가 생겼다. 회사 분들도 그 장면을 제일 좋아해주셨다.”
-19세에 모델로 데뷔해 주요 패션잡지 모델, 서울컬렉션 이정재, 송지오, 이상봉, 최범석 등의 모델로 활동한 바 있다.
“중학교 입학할 때 키가 173cm였다. 그래서 농구할 때도 센터였고, 막연하게 친구들이 ‘모델 해’라더라. 모델이 멋있어보여서 압구정에 가봤더니 내 키가 작은 편이더라. 오기가 생겨서 모델 일에 도전하게 됐다. 배우 이전에는 모델로서 해외 컬렉션에 서는 게 꿈이었다. 그쪽 에이전시에 어필해보니 이미지는 좋은데 키가 안 된다고 해서 현실에 부딪혔다. 정체 시간을 갖고서 연기를 하게 됐다. 운이 좋아서 ‘닥치고 꽃미남밴드’에 출연하게 됐고, 방송 일을 하게 됐다.”
“근래에도 비욘드클로젯 10주년 쇼에 섰다. 기회가 되면 모델일도 병행하며 하고 싶다. 모델 일을 좋아한다. 쇼에 설 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모습을 하고 멋진 음악 안에서 포즈를 취하고 걷는 게 매력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잡지 촬영도 재미있다.”
-마지막으로 ‘흑기사’ 시청자들에게 한 마디
“저를 좋게 봐주시고 호평해주셔서 감사하다. 부응하는 멋진 연기를 보여드리겠다. 선명한 연기를 하고 싶다. 애매한 걸 안 좋아한다. 착하면 정말 착하고 나쁘면 정말 나쁜 역을 하고 싶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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