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언론들은 메르켈 총리가 “4년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발언했지만 최근 기민당 내에서 불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민당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재무장관직을 사민당에 양보한 것이다. 재무장관직은 그동안 기민당 내 메르켈 총리의 강력한 우군인 볼프강 쇼이블레 전 장관이 2009년부터 지난해 연방 하원의장으로 자리를 옮기기 전까지 줄곧 기민당이 맡아왔다.
쇼이블레 전 장관은 재무장관 시절 유럽연합(EU)에서는 남유럽 국가들의 구제금융 결정 당시 강도 높은 긴축과 구조개혁으로 압박하고 독일 내에서는 균형예산을 강조하며 경제 안정을 도모하는 등 메르켈 총리의 정책노선을 충실히 따라왔다. 예산을 다루는 핵심 부처를 사민당에 내준 데 대한 일각의 우려에 그는 “재무장관은 원하는 대로 자의적으로 행동할 수 없다”며 “우리는 균형예산에 합의했고 EU 관련 정책은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민당은 친(親) EU 성향이 강해 추후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개혁에서도 기민당과 대립각을 세울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위기를 겪는 회원국들을 지원하기 위한 유로존 공동예산 마련 △유로존 재무장관직 신설 등을 추진하고 있다. 기민당은 유로존 공동예산을 만들기 위해 동·서유럽 국가들이 부담을 공평하게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추후 공동예산 운영에 있어서도 고강도 구고조정 조건을 걸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문제는 이 일을 담당할 재무장관을 사민당이 가져가면서 기민당의 목소리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도 메르켈 총리의 입지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본협상 안을 두고 치러지는 사민당의 총당원 투표에서 반대표가 많을 경우 기민·기사당은 소수정부를 출범시키거나 재총선을 결정해야 한다. 소수정부는 독일 사상 없었던 일일뿐더러 최근 난민 반대여론 등 극우정서가 강해지고 있어 재총선 결과 독일을위한대안(AfD)이 의석을 늘리면 내각 출범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다만 사민당 당원들 사이에서 “진보 색채를 분명히 하기 위해 대연정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이 만만치 않아 당원투표에서 연정 합의안이 부결될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여기에 사민당은 대연정 2년 후 자체 신임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우여곡절 끝에 내각이 출범한다고 하더라도 불안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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