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방송되는 KBS1 ‘KBS스페셜’에서는 ‘강제이주 80년, 4대의 유랑’ 편이 전파를 탄다.
▲ 총 5개국 6개 도시 로케이션! 글로벌 고려인 가족, 비싸리온 가(家)를 만나다
1952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태어난 김 비싸리온씨. 그도 러시아를 거쳐 지난 2015년 넷째딸 가족과 함께 이곳으로 이주했다. 하지만 아직 어머니와 형님은 우즈베키스탄에, 아내와 다른 가족들은 러시아에 남아있다.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러시아 동부 우수리스크와 남부 오렌부르크와 로스토프, 경기도 안산까지 총 5개국 6개 도시 로케이션을 통해 고려인 사회를 관통하는 이들 가족의 삶을 생생하게 들여다본다.
▲ 우즈베키스탄,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의 고향이 되다
타슈켄트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시골인 비싸리온씨의 고향 집에서 어머니는 5남 2녀를 키워냈다. 92세의 어머니는 거의 침대 위에서 하루를 보냈고, 낯선 제작진을 보고도 아무 말이 없었다. 하지만 아들의 최근 사진을 보여주자 그제야 “비싸”, “이게 내 아들이다”라고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연로한 어머니를 3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며 눈물을 흘리는 아들, 대체 왜 이들은 떨어져 살아야만 했을까.
▲ 고려인들이 말하는 <1937년 강제이주>
- 첫 출발지, 러시아 우수리스크 라즈돌노예역
강제이주로 카자흐스탄에서 살다가 20년 전 연해주로 돌아와 다시 정착했다는 윤 스타니슬라브씨. 그는 강제이주 당시 태어난 지 2주가 지난 갓난아기였다.
“그래서 제가 태어난 해인 1937년은 애들이 없어요. 다 죽었어요. 강한 아이들만 살아남았죠. 태어난 애들이 다, 다 죽었어요. 제일 튼튼한 사람들이나 살아남았죠. 내가 80년을 살았는데 이 세월이 나를 참 힘들게도 했어요.”
- 윤 스타니슬라브
- 첫 정착지, 카자흐스탄 우슈토베 바슈토베 언덕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은 일부 민가에 배치되고, 대부분 2km떨어진 큰 산이라는 뜻의 바슈토베 언덕 밑에 정착했다.
그곳엔 아직 추위와 바람을 피하기 위해 고려인들이 80년 전 만들었던 토굴의 흔적이 남아있다.
“한 땅굴에 두 가족 세 가족 그렇게 살았죠 춥다보니까 사람들이 많으면 조금 더 따뜻하니까 여기 바슈토베에는 바람이 그냥 붑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상관없이 춥습니다. 바람은 그냥 붑니다”
- 인 발렌티나 (전 우슈토베 고려인 협회장)
▲ 강제이주보다 더 큰 시련 ‘소련 해체’, 재이주하는 고려인들
“소련 붕괴만 안됐으면 고려인들은 최소한 생활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1937년에 강제이주 되었지만 그래도 잘 적응하면서 아이들 교육 잘 시키고 다 할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소련이 붕괴되는 바람에 또 몇 십 년 살던 땅을 떠나야 되고 어떻게 보면 진짜 1937년 그 비극보다도 더 힘든, 더 심한, 더 안 좋은 비극인 것 같아요 소련붕괴가. 최소한 고려인들 관해서는”
- 황영삼 교수 / 한국외대 중앙아시아 연구소 연구교수
고려인들에게 닥친 또 한 번의 위기. 그것은 바로 1991년 일어난 소련의 해체였다. 소련에서 독립한 중앙아시아 14개 국가에서는 소수민족을 차별하는 배타적 민족주의가 나타났고, 우즈베크어와 카자흐어를 하지 못하는 고려인들은 그들이 일하던 곳에서 하루아침에 밀려났다. 비싸리온 씨의 아내 올가씨 역시 남편을 떠나 러시아 오렌부르크로 이주했다. 오렌부르크 중앙 시장에서 반찬 가게를 하며 그녀는 집안의 가장 역할을 했고, 5남매의 자녀들도 하나 둘 그녀가 있는 곳으로 왔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혼자 살고 있다. 자녀들은 하나 둘 가정을 꾸리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 일자리를 찾아 또 다시 흩어졌다.
▲ 또 다른 이주 물결, <한국으로의 이주>
비싸리온씨의 첫째 딸이 살고 있는 제2의 우스리스크라고 불리는 러시아 로스토프에서는 한 달에 50명이 넘는 고려인들이 떠나고 있다. 특히 3년 전부터는 중앙아시아와 러시아에서 가족단위로 이주하는 고려인들이 늘면서 안산 땟골에 위치한 한 초등학교에는 1년에 하나씩 고려인 아이들을 위한 특별반이 증설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고려인 4세인 이 아이들은 고려인 4세를 동포로 인정하지 않는 현재 재외 동포법에 의해 성인이 되면 한국을 떠나야 할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일자리를 찾기 위해, 좀 더 번듯한 삶을 살아내기 위해 가족들과 멀리 떨어져 사는 것은 어쩌면 이들 고려인에게 숙명이 되어버렸는지도 모른다.
고려인, 그들에겐 1937년 강제 이주 후에도 생이별과 아픔은 계속되고 있었다. 비싸리온씨 가족에게는 고려인 80년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이들 4대 가족을 통해 강제이주 이후에 일어난 고려인들의 80년 역사를 들여다본다.
[사진=EBS 제공]
/서경스타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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