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간으로서 영화가 폭력적이라도 제 삶은 그러하고 싶지 않습니다.”
김기덕 감독은 17일(현지시간) 베를린 영화제 현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여배우 폭행’ 사건과 관련해 “영화와 비교해 제 인격을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감독은 제6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신작 ‘인간, 공간, 시간 그리고 인간’으로 초청받았다. 김 감독은 지난 2013년 개봉한 영화 ‘뫼비우스’ 촬영 중 여배우의 뺨을 때리고 사전 협의 없이 남성 배우의 신체 부위를 만지게 한 혐의로 지난해 고소당했다. 최근 법원은 폭행 혐의만 인정해 벌금 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김 감독은 “많은 스태프가 보는 가운데 연기지도 리허설 과정에서 발생했고 당시 스태프가 그런 상황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었다”면서 “연기지도 과정에 대해 그분과 해석이 달라 일어난 것으로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그는 “시스템과 연출 태도를 바꿨고 많이 반성했다”며 “4년 전 일이 이렇게 고소사건으로 된 것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들 때 두 가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첫째는 안전으로 그 누구에게도 상처와 고통을 줘서는 안 된다”면서 “두 번째는 존중으로 영화가 아무리 위대하다고 해도 배우나 말단 스태프를 인격을 모독하거나 함부로 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이번 작품과 관련해 “작품 속의 조폭이 상징하는 것은 군인이다. 전쟁을 영화에서 압축하고 싶었다”면서 “인류는 어떻게 시작해 어디에 있으며 어디로 갈 것인가를 담으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영화만은 2,000억원 정도의 대자본을 갖고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이번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면서 “블록버스터로 인류 역사의 많은 사건을 응축시켜 성경 같은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 회사 자본 2억원으로 아주 힘들고 고통스럽게 만들었지만 제가 넣고 싶은 메시지는 다 넣었다”면서 “영화가 만들어진 것만으로도, 이 배우들과 함께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배우 이성재와 후지이 미나가 함께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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