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는 ‘세인트 페터 스티프츠켈러’라는 레스토랑이 있다. 고기 튀김과 오스트리아식 파이인 슈트루델을 파는 이 레스토랑이 문을 연 것은 신성로마제국 시대인 803년이다. 1,215년이나 된 유럽 최고(最古)의 레스토랑이다. 1,000년을 넘은 가게로는 아일랜드 애슬론의 ‘숀스 바’도 빠지지 않는다. 켈트인들이 노래를 부르며 술을 마시던 이 술집에서는 지금도 전통 음악과 맥주를 즐길 수 있다.
대를 물려 가업을 잇는 가게나 기업을 ‘시니세(노포·老鋪)’라고 부르는 일본은 1,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만 여덟 곳이라고 한다. 이중 혼슈 야마나시현의 게이운칸 료칸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호텔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처음 문을 연 때가 705년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통일신라 시대에 해당한다. 무려 52대에 걸쳐 1,300년이 넘도록 운영하고 있는 원조 료칸이다.
일본이나 유럽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한국에도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가게들이 있다. 식당으로는 1904년 개업한 ‘이문설농탕’이 가장 오래된 곳이라고 한다. 궁중의 상궁에게 기술을 배워 1912년 가게를 시작한 ‘낙원떡집’도 100년을 넘겼다.
노포라면 창원시로 통합된 마산합포구도 유명하다. 합포는 목포에 이어 1899년 두 번째로 개항이 이뤄진 곳이다. 광복 후에도 물자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 것이 노포가 많은 이유다. 특히 마산어시장 인근 창동에는 오래된 가게들이 밀집해 있어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기에 좋은 곳이다. 일제강점기인 1938년 창업해 올해로 80주년을 맞은 귀금속판매점 황금당은 많은 사람이 가게 이름 하나만 믿고 금을 살 정도로 신용이 높았다고 한다. 시계수리점인 일신당(1947년), 필름카메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태양카메라(1952년), 맞춤양복점인 모모양복점(1960년) 등이 대를 잇고 있다. 1910년 창동에 터를 잡은 남성식당은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복집으로 유명하다. 더욱이 창원시는 올해를 ‘창원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오래된 가게들을 둘러보는 관광 상품을 3월부터 운영한다고 하니 올봄에는 옛 정취를 찾아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정두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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