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한해가 어떻게 진행될 지 두려움이 앞선다. 많은 전문가들은 금년 내에 현존 국제정치 질서에 근본적인 충격을 안겨줄 사안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당장은 미중관계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후진타오 시절까지만 해도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도상국’으로서 기존 국제질서 내에서 부상해 강대국의 꿈을 이루겠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시진핑은 집권하자마자 국가정체성을 ‘발전중인 강대국’으로 전환했다. 지난해 개최된 제19차 당 대회에서는 ‘새로운 중국적 특색의 길’을 통해 기존 국제질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정상급 국가로 부상하겠다는 것을 공공연하게 선언했다. 미국은 최근 발간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중국을 기존 질서에 도전하는 국가로 지목해 버렸다. 트럼프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통해 중국을 외교안보적으로 억제하고, 무역 제재마저 발동해 경제전쟁을 시작했다. 문제는 중국도 이제는 더 이상 양보하지만은 않을 기세다. 시진핑의 선택은 아직 알 수 없지만, 더 이상 트럼프의 의지대로 순응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흥 강대국과 기존 패권국이 필연적으로 무력 충돌한다는 ‘투기디데스의 함정’이 다시 주목을 받는 상황이 되고 있다.
또 다른 변수는 북한의 핵무장과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이다. 완성이 된다면, 현존 국제질서의 근간인 핵확산방지 체제를 뒤 흔들면서, 미국은 “불량국가”의 직접적인 위협아래 놓인다. 미국의 레드라인이 시험받게 되는 것이다. 북한은 이 모든 무장이 완성되기 직전의 단계에서 ‘완성’을 선언했다. 예상보다 더 적극적인 대남 유화정책을 채택하면서 평창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 적극 협력했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에 초대했다. 그러나 이 시점에 어느 누구도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핵포기를 전제한 전략적 선택을 단행할 것이라 믿지는 않는다.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가 심각하게 북한의 경제와 재정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국면을 일단 모면해보려는 노력으로 해석하는 게 일반적이다. 북한이 만약 평창이후 핵미사일 추가 실험이나 배치를 감행한다면,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그만큼 커진다. 미국은 계속 ‘코피전략’의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트럼프가 최근 행한 시리아, 이스라엘, 중국 관련 정책은 그 정치경제적 파장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고 대담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일단 이러한 도전에 대해, 어느 일방에 편승하는 정책보다는 미중과 보다 긴밀한 소통을 통해 양국으로부터 오는 강한 기압을 완화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쟁을 방지하는 것”을 최상위의 정책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상기에서 언급한 두 가지 국제정치 변수는 한국의 힘만으로 그 진로를 바꾸기에는 너무 벅찬 일이다. 따라서 문재인 정부의 노력이 보다 상위의 권력정치에 의해 좌절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거나, 일방적 편승정책을 펴기에는, 아직 우리 스스로가 우리 운명의 담지자이고 싶은 의지와 역량을 지니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국제정세가 우리의 희망에 역행할 경우에 대비한 자구노력으로서 국방개혁을 추진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이는 기존의 국방개혁 수준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고민과 접근을 해야 하는 이유다. 동시에 미국, 중국, 심지어 일본과도 소통을 강화해 대북 공조를 잘 유지해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코피전략’을 추진할 개연성은 아직 적다. 미국 중간선거에서 북핵문제는 주 이슈가 아니다. 북한이 유화정책을 채택하는 한 트럼프나 아베 역시 ‘코피전략’을 추진하는 것은 부담스럽다. 미국 워싱톤내 대북 강경의 ‘전략학파’와 보다 신중한 ‘안보학파’ 간의 균형도 아직 깨지지 않았다. 중국 역시 미국이 개입할 기회를 주지 않으려 북한에 대한 설득을 강화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대한국 공조방안도 추진 중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그가 평창이후 도발을 선택한다면, 이 모든 균형을 파괴하는 ‘책임의 중력’이 그에게로 향하게 될 것이다. 한국 정부는 지혜를 모아, ‘민족 공조’의 차원에서 그가 그러한 선택을 하지 않도록 최선의 설득을 다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그를 방치하는 것이 아니라, 더 가깝게 다가가 한반도 긴장완화와 ‘비핵화’의 길로 방향을 잡도록 도와야 한다. 이 길만이 김정은 자신은 물론이고 우리 민족 모두가 공생하는 길로 가는 첩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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