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문화계에서는 청주대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해온 배우 조민기의 성추행 논란이 새롭게 터져 나왔다. 이날 새벽 디씨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작성자는 “청주의 한 대학 연극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A씨가 수년간 여학생들을 성추행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11월 말 다수의 학생으로부터 피해 신고를 받은 청주대는 가해자로 지목된 조씨를 강의에서 배제하고 양성평등위원회에 회부했다. 해당 학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벌여 피해 진술을 확보한 학교는 지난달 조씨에 대한 중징계를 의결했다. 학교 측은 오는 28일자로 조씨를 면직 처분할 계획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조씨의 소속사인 윌엔터테인먼트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성추행 관련 내용은 명백한 루머이고 교수직 박탈과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소속사는 “수업 중 사용한 언행이 수업과 맞지 않는다는 대학의 조사 결과에 따라 3개월 정직 징계를 받고 도의적 책임감에 사표를 낸 것이지 성추행으로 인한 중징계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 TV 예능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조씨는 2010년 청주대 연극학과 조교수로 부임해 8년째 강단에 섰다.
이런 가운데 연극계에서는 이윤택에 이어 또 다른 거물 연출가인 오태석의 성추행 논란이 불거졌다. 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한 여성은 최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물셋이라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연극판을 기웃거리게 된 나는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극단의 뒤풀이에 참석했다. 그 연출가는 술잔을 들이키는 행위와 내 허벅지와 사타구니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번갈아 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이 지목한 연극 ‘백마강 달밤에’는 오씨가 연출한 목화 레퍼터리컴퍼니의 작품이다.
연극계와 영화계 안팎에서는 이들 외에 다수의 유명 연출가와 제작진이 성추행을 한 전력이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어 ‘미투’ 운동을 둘러싼 잡음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온라인상에는 공연계 유력 인사의 성추행 사실이 실명과 함께 적시된 출처 불명의 문건이 사설정보지 형태로 돌아다니기도 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는 성폭력 예술인이나 해당 단체에 대한 지원 배제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문화예술·대중문화·체육 등 전 분야에 대한 대규모 실태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성폭행 의혹을 받고 있는 하용부 밀양연극촌장에 대해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에게 지급하던 전수교육지원금 지급을 사실관계가 확인될 때까지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나윤석·조상인기자 nagija@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