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미국 노동자들을 벌 주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수입 철강 및 알루미늄에 관세 폭탄을 가하려는 움직임은 결국 미국 산업과 근로자들의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WSJ는 “미국 내 철강업계 종사자는 14만명인 반면 자동차·항공·기계 등 철강 소재 제조업에는 그 16배가 넘는 노동자들이 고용돼 있다”며 “고율 수입 관세는 결국 제품가를 끌어올려 미국 내 제조 비용이 오르고 공장이 해외로 이전되며 미국 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02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수입산 철강에 고관세를 부과하자 철강업계 전체 근로자 수보다 많은 2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어 신문은 “미국이 알루미늄과 철강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는 각각 43%, 17% 비중의 캐나다”라며 한국과 중국 철강에 대한 고율 관세 권고안은 명분도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WSJ는 “결국 이번 조치로 보호주의가 감세와 규제 완화가 일으킨 경제성장 효과를 저해하게 될 것”이라며 “정부는 왜 스스로의 업적을 훼손하려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미 제조업 기지인 ‘러스트벨트’ 지역 언론들도 한국 등 아시아 국가가 미국산 제품에 대해 관세를 높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를 표했다. 디트로이트뉴스는 “상무부가 언급한 미국 내 생산 증대량은 글로벌 생산·공급의 1% 내외에 불과하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보복 관세만 불러 미 내수 제조 기반을 흔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은 다음주 미국이 캐나다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나프타) 협상을 재개하는 점을 언급하면서 전체 수입국을 대상으로 하는 쿼터제보다 캐나다가 배제된 특정국 대상 고율 관세에 힘이 실리는 등 이번 조치가 나프타 협상의 ‘모종의 딜’로 작용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 내 캐나다산 금속 비중만 커져 미국 생산량을 가용생산능력 대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당초 목표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통신은 덧붙였다. /김희원기자 heew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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