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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교실]美의 호혜세 부과 압박...무엇이 문제인가요?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평한 관세율' 논리로 조세주권 침해하는 통상보복

최원목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또 하나의 통상보복 무기를 세상에 내놓았습니다. 호혜세(reciprocal tax)라 불리는 세금을 특정 수입품에 대해 부과하겠다는 것입니다. 한국·중국·일본을 지목하며 이들 국가에서 부과하는 고율 관세 및 조세율과 미국 세율 간의 차이만큼, 이들 국가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해 부과금을 매기겠다는 것입니다. 호혜세가 국가 간의 관세(tariff) 차이만큼만을 상쇄하기 위한 것이라면 어느 정도 논리성은 갖추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관세는 수입품에 대해서만 부과하고 이와 경쟁하는 국산품에는 부과되지 않으므로 교역장벽으로 작용하게 돼 무역수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미국의 평균관세율은 세계 최저 수준인 3.5%를 유지하고 있는 데 반해 중국의 평균관세율은 9.9%나 됩니다. 수입자동차에 대해 미국은 2.5%, 중국은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3,752억 달러이고 일본은 688억 달러, 한국은 228억 달러의 대미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관세율의 차이가 교역 불균형에 기여한 측면을 지적할 만합니다.



☞ 트럼프의 호혜세 발언 배경은

수입차 관세 美 2.5% vs 中 25%

美무역적자 원인 관세율 차 판단

美에 매기는 만큼 세금부과 주장

☞ 美 노림수는 관세 아닌 조세

한미 FTA로 관세 무의미해져

양국 간 조세율 차이 문제 삼아



수입부과금으로 물릴 가능성 커

☞ 한국의 적절한 대응 전략은

WTO·유엔총회 문제 제기하고

美법원에 행정명령 가처분 신청

中·日과 공동 대응 적극 검토를

문제는 호혜세를 통해 관세율뿐만 아니고 조세(tax)율의 차이까지 상쇄하겠다고 나선 데 있습니다. 한국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해놓고 있습니다. 이는 대부분의 교역품목에 있어 관세가 일정 기간 이후로는 양국 모두 철폐됨을 의미합니다. 우리의 대미 주력 수출품인 승용차의 경우도 애초 한국은 8%, 미국은 2.5%의 관세를 부과했으나 지금은 양국 간에 모두 관세율 0%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관세율 차이를 미국이 문제 삼으려면 FTA 관세 철폐 의무의 예외로 인정된 일부 농산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을 뿐입니다. 그런데 트럼프 진영이 보호하려는 산업은 농산물 부문은 아니므로 결국 호혜세 명목으로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 제품에 부과하려는 것은 한미 간의 관세율 차이가 아니고 조세율 차이에 근거한 것이라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자동차·귀금속·골프용품·휘발유·주류제품 등에 개별소비세와 교육세를 부과하고 있고 부가가치세도 아울러 부과합니다. 그런데 관세와 달리 조세는 수입품과 더불어 국산품에도 부과하기에 아무리 고율의 조세를 부과하더라도 그것이 차별적이지 않는 한 수입품에 불리하게 작용할 리가 없습니다. 따라서 미국이 무역적자의 원인을 교역 상대국 간 조세율의 차이에서 찾는 것은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굳이 그 논리적 근거를 찾아본다면 지나친 고율의 조세로 인해 제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상승하게 돼 국내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므로 수출국 입장에서는 수출에 부정적 효과가 다소나마 발생하게 된다는 정도의 논리 구성만 가능할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각국 국내 재정에 차이가 있고 정책 우선순위에 차이가 있으므로 재정수입의 주원천인 조세율을 어떻게 정하느냐는 각국의 국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국가 간 조세율의 차이를 문제 삼아 이를 수입부과금 형태로 물린다면 이것은 상대국의 국내 문제를 무시한 채 자국의 조세정책을 타국에 강요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WTO협정은 비차별적으로 조세를 부과하는 한 회원국들의 조세주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호혜세 아이디어는 WTO협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유엔헌장상의 국내 문제 불간섭 원칙과도 충돌됩니다. 트럼프 정부가 이런 문제를 야기하면서까지 정말로 호혜세 부과를 강행할지는 미지수이나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제 호혜세 문제가 국제적 현안으로 떠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미국 의회는 1974년 통상법 122조에 의거,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에 대응하기 위해 150일 이내의 기간 동안 15%의 관세를 인상하는 조치를 취할 권한을 대통령에게 이미 위임해놓고 있습니다. 한미 FTA 개정 협상,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한중일 협력, 미중 무역전쟁, 미일 협상 등 다국면에서 트럼프 정부가 사용할 수 있는 강력한 무기가 등장한 셈입니다. 물론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 트럼프 지지층을 결집시킬 수 있는 국내용 선전도구로서도 계속 활용될 것입니다.

우리로서는 관세에 더해 조세율 차이까지 감안한 호혜세 부과의 비논리성을 국제적으로 부각시킴은 물론 WTO에 제소하고 유엔 총회에서도 문제를 제기해야 합니다. 미국 국내 법원에도 이해관계인(수출업자, 미국 내 수입업자, 한국 제품 유통업자, 소비자단체)을 통해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이유로 제소하고 행정명령 가처분 신청을 청구해야 할 것입니다. 미국 법원에서의 승소가 쉽지는 않으나 법원 판결은 행정부를 구속하게 되므로 최소한 트럼프 정부의 과도한 통상보복을 견제할 수 있는 효과적 견제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우리의 단독 대응은 한계가 있으므로 중국·일본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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