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업체 퀄컴이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 전문기업 NXP의 인수 제안가를 종전 대비 16% 올리기로 했다.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퀄컴은 NXP 인수가를 지난 2016년 10월에 제안한 주당 110달러에서 127.5달러로 높이기로 NXP 주주들과 합의했다. 이에 따라 총인수가는 종전의 380억달러에서 440억달러(약 47조원)로 늘어난다.
이번 결정은 NXP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헤지펀드 엘리엇 등이 NXP의 실적개선을 반영해 인수가를 올리라고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퀄컴은 또 최소매입 조건을 종전 80%에서 70%로 낮추기로 합의하고 투자자의 지분매도 시한을 다음달 5일로 설정했다.
퀄컴이 엘리엇 등의 NXP 인수가 인상 요구를 받아들인 것은 싱가포르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의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방어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퀄컴은 지난해 11월 브로드컴의 주당 70달러 인수 제안을 가격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한 데 이어 16일에는 주당 82달러로 인상한 안도 거부했다. 거듭되는 거절로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는 퀄컴이 인수안을 수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적대적 M&A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이에 퀄컴이 브로드컴의 행보를 저지하기 위해 NXP 인수를 서둘러 종결하려 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퀄컴이 NXP를 성공적으로 인수하면 브로드컴은 인수를 철회하거나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되기 때문이다. 미 경제방송 CNBC는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가 퀄컴의 NXP 인수가격 상향을 초래한 것 같다”며 최근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인 ISS가 퀄컴에 사업 다각화의 차선택으로 NXP 인수를 마무리하라고 촉구한 영향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다만 브로드컴 측 소식통은 FT에 “퀄컴의 NXP 인수가 상향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를 중단시키지는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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