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당장 예상되는 것은 가뜩이나 심각한 서울지역 주택수급 불균형이다. 서울에서는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신규 분양된 아파트 21만여가구 가운데 75%인 16만여가구가 재개발·재건축으로 지어진 아파트였다. 가용토지가 부족한 탓이다. 올해 역시 주택공급 대부분을 주택정비 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안전진단 강화로 강남권은 물론 대규모 노후 아파트가 밀집된 노원·양천·영등포구 일대 10만여가구의 재건축사업 추진이 어려워지면 중장기적으로 공급 공백에 따른 집값 급등의 부메랑을 맞을 수도 있다.
안전진단 절차를 통과한 곳과 그렇지 않은 곳과의 형평성 문제도 논란거리다. 안전진단을 이미 통과한 재건축아파트에 수요가 몰려 가격 상승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른바 풍선효과다. 강남과 강북의 주택가격 격차를 더 키울 공산도 크다. 앞서 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재건축 연한 연장 논란과 관련해 “강북에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중론을 편 연유도 여기에 있다.
정부가 공급부족 문제를 외면한 채 찍어누르기식 수요억제에만 집착하면 결국 시장은 왜곡된다. 집권 초기 강력한 수요억제만으로 한계에 부딪혔던 참여정부가 뒤늦게 수도권 2기 신도시 개발 등 공급확대를 꺼내 든 까닭을 진지하게 되짚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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