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형사4단독 조광국 판사는 보안관찰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씨에게 21일 무죄를 선고했다. 조 판사는 “여러 사정을 고려하면 피고인에게 내려진 보안관찰 갱신처분은 (피고인이) 재범 위험성 있다고 인정할 수 있는 충분한 이유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라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강씨는 1999년 출소 뒤 보안관찰처분 대상자로 분류돼 3개월마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 무엇을 했는지 신고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가 보안관찰처분 기간을 갱신한 건 위법하므로 강씨가 신고 의무를 어겼어도 죄가 아니라는 게 법원 판단이다.
강씨는 미국 유학생에게 포섭돼 전남대 학원가 시위를 주도하고 미국 문화원 타격 예비음모에 가담했다는 혐의로 1985년 기소돼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그는 14년간 복역 후 출소해 의료인으로 활동하며 군사정권의 고문 피해자를 돕는 재단도 설립했다.
법무부는 2015년까지 강씨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을 7차례 갱신했다. 강씨는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2002년과 2010년 각각 벌금 50만원과 150만원을 선고받았다. 검찰은 지난 해 또 다시 법정에 선 강씨에게 “신고의무를 위반한 행위는 명백히 실정법을 위반한다”며 징역 1년을 구형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만 조 판사는 보안관찰 제도 자체가 헌법에 위배된다는 강씨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 판사는 보안관찰법 신고의무 조항에 대한 강씨의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을 기각하면서 “남북한 긴장관계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안관찰 제도의 필요성은 인정된다고 보인다. 이 제도가 피보안관찰자의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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