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시력이 안 좋아지면 안경을 착용하기 마련입니다. 청력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청력의 유형이나 난청의 정도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난청의 대부분은 보청기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보청기는 양쪽으로 착용할 때 청력 향상의 효과가 더욱 증가한다. 눈이 한 쪽만 나쁘다고 해서 안경을 한 쪽만 착용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사람에게 있어 귀는 단순히 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하는 것뿐만 아니라, 양쪽 귀에 도달하는 소리의 크기나 시간의 차이를 통해 방향이나 거리 등을 판단하게 된다. 즉, 양쪽 모두 보청기를 착용할 때 정상 청력상태처럼 자연스럽게 모든 귀의 기능을 이용할 수 있다.
보청기를 양쪽 귀에 착용한 경우엔 가청범위가 360도로 넓어져 언어 이해력과 방향 인지성이 향상한다. 이는 여러 연구를 통해서도 밝혀진 사실이다.
이명 분야 세계적인 권위자인 미국 세르게이 박사(Sergei Kochkin)의 연구에 따르면, 한 쪽 귀에만 보청기를 착용하는 것 보다는 양쪽 귀에 보청기를 착용하는 경우 소음 속에서 말소리를 듣는 능력이 증가하고, 보청기 착용에 따른 주관적인 만족도도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보청기를 한쪽에만 착용하는 경우엔 소리의 균형이 맞지 않아 다른 방향에서 들리는 소리로 착각할 가능성이 높고, 이는 일상생활 속에서 크고 작은 각종 안전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또한 한쪽 귀에만 보청기를 지속적으로 착용하게 되면 착용하지 않은 귀는 청각 신경이 둔화되어 청력이 점차 나빠지는 경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밖에도 보청기를 양쪽으로 착용할 때에 비해 한쪽만 착용할 경우, 주변 소리에 대한 인지력이 떨어져 치매 확률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청기의 양쪽 착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한 청각 전문지에 따르면, 이탈리아,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노르웨이, 일본을 대상으로 보청기 양이 착용률을 조사한 결과, 노르웨이, 스위스, 프랑스의 경우 75%, 영국과 이탈리아의 경우엔 60%가 양쪽에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수많은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눈에 결코 보이지는 않지만 소리가 지닌 힘은 때론 우리를 웃게도, 화나게도, 울게도 하는 특별한 힘이 있다. 이제 보청기 양쪽 착용을 통해 소리로부터 온전한 위로를 받아보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도움말 : 구호림 딜라이트 보청기 대표 (이학박사, 청각학전공)
/김동호 기자 dongh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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