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준비는 끝났다. 두 판만 이기면 사상 첫 금메달이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핫’한 여자 컬링 대표팀이 23일 오후8시5분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결승 진출을 놓고 일본과 한판 대결을 펼친다. 이상화와 고다이라의 맞대결 못지않게 관심이 집중되는 한일전이다.
한국은 21일 덴마크와의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9대3으로 완승했다. 9경기 8승1패로 압도적인 예선 1위. 준결승 상대는 5승4패로 예선 4위를 하며 힘겹게 4강행 막차를 탄 일본이다. 공교롭게도 한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예선에서 유일하게 패배한 상대다. 이번 예선에서 대회 중반까지 이기다가 역전당한 유일한 상대이기도 하다. 9엔드 마지막 드로 샷을 실패한 스킵 김은정(28)은 일본전에서 예선 경기 중 가장 낮은 60%의 샷 성공률을 보였다. 9차례 예선에서의 78%와 큰 격차를 보인다. 그만큼 일본을 의식했다고 볼 수 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일본에 당한 1패에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김민정(37) 여자컬링 감독은 “설욕이라기보다는 우리가 1패를 했고 그게 좋은 약이 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선수들 역시 ‘한일전이니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보다는 ‘내 샷에만 집중하자’는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나서고 있다.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종목의 특성상 중압감을 버리는 게 경기력에 도움이 된다. 일본과의 상대 전적도 11승 8패로 앞선다.
현재 대표팀의 사기는 절정에 달했다. 주장 김은정부터 막내 김초희(22)까지 환상적인 호흡을 자랑하고 국민적 관심도 매우 뜨겁다. 2016년부터 대표팀을 이끌어온 피터 갤런트(59·캐나다) 코치는 “우리도 우리가 강팀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며 “다음 경기와 또 다음 경기만 이기면 금메달”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대표팀의 활약에 외신 기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외신 기자들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영어 이름이 ‘스테이크(김경애의 별명)’가 맞느냐”와 같은 구체적인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대표팀이 한국어로 인터뷰할 때는 캐나다에서 온 갤런트 코치에게 몰려가 질문공세를 퍼붓는다.
맞붙을 상대인 일본 대표팀은 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스위스에 패해 4위 결정전으로 떨어질 위기에 처했지만 스웨덴이 미국을 꺾으며 기사회생했다. 대표팀 스킵인 후지사와 사쓰키는 4위를 확정한 것에 대해 “정말 운이 좋았다. 공짜로 받은 운 좋은 기회를 잘 받아서 열심히 하겠다”며 “예선 마지막 두 경기에서는 불운했는데 잘 극복해서 준결승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서로 잘 아는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하고 나설 계획이다. 김 감독은 “후지사와 팀(일본팀)은 체구는 작지만 롤백 등 히팅을 잘하는 팀”이라며 “틈을 주지 말아야 성공한다. 정확도의 싸움이 될 것”이라 예고했다.
한편 이들의 고향이자 우리나라의 컬링 중심지로 떠오른 의성에서는 대표팀의 모교인 의성여고 체육관에 군민들이 모여 단체 응원을 펼칠 예정이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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