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찌감치 태극전사들의 2018평창동계올림픽 최고 ‘골든데이’로 예상됐던 지난 22일이 기대와는 달리 ‘노 골드 데이’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아직 국내 팬들에게 위안과 감동을 전해줄 소식은 많다. 대회가 끝을 향해 치닫고 있는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은 유종의 미를 거두며 30년 만에 열린 ‘안방 올림픽’의 피날레를 아름답게 마무리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땀방울까지 아끼지 않고 있다.
24일과 폐막일인 25일까지도 태극전사들의 위대한 도전은 이어진다.
남자 스피드스케이팅(빙속) 장거리의 대들보 이승훈(30·대한항공)은 24일 역사적인 레이스를 펼친다. 이날 이승훈은 강원 강릉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금메달을 기대하고 있다. 우승자는 신설 종목의 초대 챔피언으로 이름이 길이길이 남게 된다. 21일 남자 팀추월 은메달로 역대 올림픽 4개째 메달을 획득한 그는 이날 메달을 추가하면 역대 아시아 빙속 선수 최다 올림픽 메달 기록을 더 늘리게 된다. 2010년 밴쿠버 대회 남자 1만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 2014년 소치 대회 팀추월 은메달을 따낸 그는 3회 연속 메달이라는 빛나는 금자탑도 쌓았다.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 출전한 3개 종목에서 꾸준히 향상된 모습을 보여줬다. 11일 남자 5,000m에서 5위에 오르며 녹슬지 않은 체력과 기량을 확인하더니 나흘 뒤 1만m에서는 12분55초54로 자신이 보유한 한국기록을 7년 만에 갈아치우고 4위로 한 계단 더 올라섰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21일에는 팀추월에서 아우들과 완벽한 ‘팀워크’를 보여주며 이 종목 2회 대회 연속 은메달을 수확했다. 또한 이승훈은 이번 대회에서 경기력뿐 아니라 대표팀을 이끄는 리더의 역할에서도 돋보였다.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를 위해 힘을 안배할 법도 했지만 출전한 레이스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귀감이 됐다. 특히 갈수록 기피 종목이 되고 있는 1만m에는 ‘명맥이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출전을 강행했다.
이제 이승훈에게 남은 일은 자신의 매스스타트에서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오르는 것이다. 자신과 팬들이 기대하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될 수 있다. 이승훈은 국제빙상연맹(ISU) 월드컵 랭킹에서 2년 연속 매스스타트 1위를 달린 강력한 우승 후보다. 막내 정재원(17)도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팀추월에서 이승훈, 김민석(19)과 함께 달려 한국 역대 빙속 최연소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됐을 만큼 정재원의 컨디션도 좋다.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하는 김보름(25·강원도청)이 팀추월에서 불거진 논란을 딛고 메달을 획득할지도 관심사다. 박지우(20)가 함께 나선다.
매스스타트는 12~18명의 선수가 동시에 출발해 400m 트랙 16바퀴를 도는데 4·8·12번째 바퀴를 1~3위로 통과하는 선수에게 각각 5·3·1점을, 결승선 통과 순서에 따라 1~3위에게 각각 60·40·20점을 부여하고 이를 합산한 포인트로 순위를 가린다.
‘배추 보이’ 이상호(23·한국체대)는 한국 스키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노린다. 이상호는 24일 스노보드 평행대회전 예선과 결선을 잇달아 치른다. 예선 상위 16위 안에 들어야 결선에 진출한다. 이상호는 지난해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에서 스노보드 2관왕에 오른 데 이어 지난해 3월 터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차지해 한국 스키 선수로는 최초로 시상대에 올랐다.
남자 봅슬레이 4인승 대표팀은 ‘깜짝 메달’을 노린다. 원윤종(33·강원도청), 서영우(27·경기BS경기연맹), 김동현(31)·전정린(29·이상 강원도청)은 24일 예선을 통과하면 폐막일인 25일 오전 결선에 나설 수 있다. 원윤종과 서영우는 기대를 모았던 2인승에서 6위에 머문 아쉬움이 있는 터라 4인승에서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박민영기자 mypar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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