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MBC에브리원 측은 “대표 아이돌 프로그램 ‘주간아이돌’은 봄 개편을 맞아 프로그램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기 위해 다양한 변화를 시도한다”며 “시그니쳐 코너를 잇는 새로운 코너 구성부터 출연진 변화 등을 고민 중이다. 신선한 재미를 선보이도록 준비할 예정이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
MBC에브리원 관계자에 따르면 ‘주간아이돌’의 개편 전 마지막 촬영일은 오는 3월 7일이다. 정형돈과 데프콘이 ‘주간아이돌’ MC로서 임하는 모습을 이날 이후로 못 볼 가능성이 큰 것. 김동호·김진·김희동 PD 등 연출진들의 상황도 마찬가지. 개편 이후 출연진 및 제작진 라인업이나 새로운 시즌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아직 없는 상태다.
김진 PD는 SNS를 통해 ‘주간아이돌’ 개편에 대한 심경을 털어놨다. 지난 8일 “7년 생일을 향해 가고 있다”며 “그동안 위기도 많았지만 어찌어찌 잘 고비를 넘어 지금까지 잘 이어 왔는데 마음이 오늘따라 더 힘든 하루”라고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개편이 알려진 22일에는 “7년째 함께 했던 ‘주간아’를 이제 그만하게 돼서 너무 속상하다. 저희 제작진과 MC들은 그동안 ‘주간아’를 사랑해준 모든 아이돌팬께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무려 7년을 이어 온 프로그램이다. 제작진만 속상한 게 아니었다. 아이돌 팬들은 물론이고 ‘주간아이돌’을 지켜봐온 시청자들 또한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MBC에브리원 측에서는 ‘주간아이돌’ 폐지가 아닌 개편이라고 설명했지만 초기부터 지금까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만들어온 멤버들이 교체된다는 것은 사실상 폐지와 비슷한 충격을 줬다.
2011년 파일럿으로 시작된 ‘주간아이돌’은 명실상부 대표 아이돌 프로그램이 됐다. 아이돌에게 출연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묻거나, 팬들에게 좋아하는 아이돌이 출연했으면 하는 프로그램을 물을 때 ‘주간아이돌’이 빠지는 일은 거의 없다. MBC ‘아육대’의 경우를 볼 때, 이를 다 만족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만큼 ‘주간아이돌’은 자신만의 영역에서 입지를 다져왔다.
‘주간아이돌’은 인지도가 높든 낮든 상관없이 거의 모든 아이돌을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다. 빅뱅, 보아, 아이유 등 예능프로그램 출연이 잦지 않은 아이돌은 물론이고 자신을 알릴 기회가 필요한 신인 아이돌에게도 언제나 문을 열었다. 출연자에 대한 성의 있는 조사로 알찬 방송을 만들었으며 랜덤플레이댄스, 2배속댄스 등 자체적인 콘텐츠를 생산해왔다.
이 같은 제작진의 노력에 화룡점정을 찍은 것이 바로 MC 정형돈과 데프콘. 우선 두 사람이 쌓아온 경력과 신뢰 자체가 아이돌 섭외의 동력이었다. 또한 이들은 출중한 예능감을 바탕으로 동네 형, 오빠, 혹은 삼촌 같은 느낌을 줬다. 방송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돌에게 친근한 투로 긴장감을 풀어줬다. 아이돌들은 이런 분위기 덕에 다른 데선 보여주지 못했던 개성을 유감없이 드러냈고, 그것이 곧 ‘주간아이돌’의 장점이 됐다.
폐지만큼이나 큰 개편의 충격이다. ‘도니코니’(두 MC의 애칭)가 없는 ‘주간아이돌’은 더 이상 ‘주간아이돌’이 아니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제작진까지 대거 교체된다면 정체성은 더욱 모호해진다. MBC에브리원 측에서는 “‘주간아이돌’뿐만 아니라 다른 프로그램들도 봄을 맞아 함께 개편하는 것”이라며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개편에 대해 납득하지 못하는 가운데, 새 단장한 ‘주간아이돌’이 전과 같은 명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서경스타 양지연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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