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 민간 우주업체 스페이스X 등을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인터넷 위성 발사 실험을 완수하며 ‘전세계 초고속 인터넷 연결’이라는 꿈에 한 발짝 다가섰다. 꿈만 같던 일을 실제로 추진하는 그의 행보에 몇 년전 만해도 ‘괴짜’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지금은 평가가 달라진 모습이다. 머스크 CEO의 대형 프로젝트를 정리해 본다.
◇전 세계 초고속 인터넷 연결=스페이스X가 22일(현지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발사한 2대의 실험용 ‘스타링크’ 위성은 통신 기능이 있다. ‘스타링크’는 통신 위성을 그물망처럼 배치해 고속 통신망을 우주에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1만2,000개 위성을 지구로부터 335~1,325㎞ 떨어진 궤도로 쏘아 올려 오는 2020년대 중반까지 지구 구석구석을 인터넷망으로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수년에 걸쳐 4,425개를 지상 1,000㎞ 이상 궤도로 올려보내고 7,500개는 저궤도에 진입시킨다.
‘스타링크’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사막·정글 등 오지에서도 무선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선진국, 그 중에서도 도시에 모여 있는 무선 인터넷 망을 전 세계에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15분, 하이퍼루프=머스크 CEO는 차세대 초고속 이동수단인 ‘파이퍼루프’를 개발하고 있다. 진공 튜브 속의 자기장으로 추진력을 얻어 시속 1,200㎞로 달리는 하이퍼루프는 2013년 머스크 CEO가 이에 대한 구상을 처음으로 공개한 후 2016년 네바다 주에서 첫 시험주행에 성공했으며, 이후에도 개발을 이어나가고 있다. 하이퍼루프는 비행기보다 속도가 빨라 서울과 부산 사이를 15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 미국 정부의 허가를 취득할 수 있는지가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지만 머스크 CEO는 구두 승인을 받은 후 인프라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컴퓨터와 인간의 뇌를 연결한다. 뉴럴링크=머스크 CEO는 바이오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뉴럴링크’의 주식 매각 절차에 들어간 것으로 지난해 8월 알려졌다. 이미 모은 돈만 2억6,960만달러(약 3,03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럴링크는 인간의 두뇌와 컴퓨터를 물리적으로 연결한 진짜 인공지능(AI)를 만들겠다는 구상에서 시작된 프로젝트다. 인간의 뇌에 뉴럴레이스라는 칩을 이식하고 인간의 뇌신경과 컴퓨터 칩을 연결하는 것이 사업 목표다. 뉴럴레이스를 뇌에 이식해 사람의 생각이 컴퓨터에 저장되고 컴퓨터 정보가 사람에게 전송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머스크의 프로젝트, 허풍인가 진짜인가?=머스크 CEO가 도전적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은 ‘인류를 멸망으로부터 구하기 위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그는 뉴럴링크의 설립 목적도 인간이 AI와의 경쟁에서 밀려 멸종하지 않게 하려는 것이라고 말한다. 머스크 CEO는 지난해 한 콘퍼런스에서 “AI가 인간보다 똑똑해지면 인간은 AI가 시키는 대로 하는 애완동물이 될 것”이라며 “뉴럴 레이스를 두뇌에 삽입해야 인간이 AI에 지배당하지 않고 공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AI가 현 인류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갖게 되더라도 인류 역시 뇌를 기계와 연결함으로써 AI 수준의 능력을 갖추면 종말을 피할 수 있다는 게 머스크 CEO의 생각이다.
머스크 CEO의 이전 행보를 보면 충분히 프로젝트가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머스크 CEO가 1995년 스탠퍼드 대학원에 진학한 뒤 이틀 만에 그만두고 신문사 콘텐츠 전달 플랫폼인 ‘Zip2’를 개발해 3억 달러를 받고 매도한 성공 경력이 있다고 전했다. 더구나 이 돈은 미국 전자결제 서비스인 페이팔의 전신인 ‘X.com’을 창업하는 데 쓰였다.
그러나 일각에선 머스크 CEO가 너무 많은 분야에서 활동하는 반면 각 분야에 대한 전문성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 허황된 주장을 퍼뜨린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머스크 CEO의 화성 식민지 건설 계획에 대해 미국 천문학자 닐 디그래서 타이슨은 “스페이스X가 우주 개척의 선봉에 서리라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며 “(화성 개척엔)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매우 위험하며 투자 수익을 돌려받는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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