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이 26일 눈물로 이별했다. 남북한 선수들은 서로 부둥켜안거나 손을 맞잡고 쉽게 떨어질 줄 몰랐다. 북한 선수 12명이 탄 버스가 출발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쉽게 떠나지 못하는 우리 선수도 있었다.
지난달 25일 북한 선수단 15명(선수 12명, 감독 1명, 보조인력 2명)이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도착했다. 단일팀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5전 전패에 그쳤지만 남북이 한 팀을 이룬 모습은 전 세계에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지난 20일 스웨덴과 7∼8위전을 끝으로 모든 경기를 마친 남북 선수 35명(한국 23명, 북한 12명)은 전날 폐회식에 함께 참석한 뒤 이날 눈물의 이별을 했다.
강릉선수촌에서 북한 선수단의 귀환 예정 시간은 오전 7시 30분이었다. 당초 오전 5시 30분에서 7시 30분으로 늦춰진 것이었으나 이를 몰랐던 우리 선수들 일부는 5시부터 강릉선수촌 출입구인 웰컴 센터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7시를 전후로 한수진, 조수지, 임대넬, 이연정, 최지연, 김희원, 한도희, 조미환, 김세린, 이은지 등 마중 나온 우리 선수들이 10여 명으로 늘어났다. 7시 30분에 맞춰 새러 머리 감독과 김도윤·레베카 베이커 코치이 모습을 보였고 7시 45분께 원길우 북한 선수단장과 붉은색 코트에 털모자를 쓴 북한 선수들이 웰컴 센터에 등장했다.
한 달 남짓이지만 그동안 가족처럼 지내며 정이 든 남북 선수들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모두 눈물을 흘렸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는 사이 저절로 눈시울이 붉어졌다. 박철호 북측 감독도 머리 감독과 포옹을 나눴다. 북한 선수들이 눈물을 닦아내며 버스에 올라타자 한국 선수들도 버스 창가까지 따라가 손을 흔들었다. 북한 선수가 버스 창문을 열고 손을 내밀자 그쪽으로 한국 선수들이 달려가 손을 맞잡았고 버스가 출발한 뒤에도 보이지 않을 때까지 자리를 뜨지 못했다.
최지연은 “다들 정이 많이 들어서 보고 싶을 거라고, 아프지 말고 꼭 다시 보자고 말했다”라며 “앞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이상하다”고 전했다. 이어 “어제 북측 선수 12명에게 한 명씩 손편지를 쓰고, 함께 찍은 사진을 출력해서 선물했다”면서 “북측 선수들이 ‘평양냉면 먹으러 꼭 평양으로 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단일팀을 지휘했던 머리 감독도 많은 눈물을 흘렸다. 머리 감독은 “3주 정도밖에 안 지냈는데, 이런 슬픈 감정이 드는 걸 보면 단일팀이 정말 특별했다고 느낀다”고 전했다. 원길우 북한선수단장은 버스에 오르기 직전 “자, 안녕히들 계십시오”라며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김주식은 “오랫동안 다 같이 있었는데 헤어지려니 섭섭하다”라고 말했다. 윤철 북한 쇼트트랙 감독은 ‘그동안 수고하셨다’는 한국 취재진의 인사에 끼고 있던 장갑을 벗어 악수를 했다.
/김연주인턴기자 yeonju185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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