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등 세계적인 IT공룡들을 배출한 미국 실리콘밸리가 집값이 치솟는 등 주거여건이 악화해 근로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은 25일(현지시간) ‘실리콘밸리 경쟁력 및 혁신프로젝트 2018’ 보고서에서 “일자리와 주택 증가의 격차가 점점 넓어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실리콘밸리는 샌프란시스코, 산타클라라 카운티, 산 마태오 카운티 등의 지역을 포괄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6년까지 7년간 이 지역의 유급일자리는 29% 증가했고 지역 내 총 주택 수는 약 4% 늘었다. 혁신의 아이콘 기업들이 모여 일자리는 가파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지만 주택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2016년 한 해만 살펴보면 혁신산업 분야의 일자리는 △실리콘밸리 5%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본사가 있는 시애틀 4% △로스앤젤러스·샌디에이고 등 남부 캘리포니아 3% △뉴욕 2% 순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꾸준한 고용증가에도 불구하고, 가파른 주택 부족현상은 실리콘밸리의 경제호황을 위협하는 가장 위험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공급이 부족한 탓에 주택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주택가격은 2016년 10% 상승해 같은 기간 △시애틀 9% △오스틴 6% △뉴욕 5% △보스턴 4% △남가주 3% 등 다른 도시를 압도했다. 교통문제도 심각하다. 2010년부터 2016년까지 평균통근시간은 실리콘밸리에서 18.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시애틀은 14%, 남가주 8.2%, 보스톤 7.7%, 오스틴 7.1%, 뉴욕시는 6.3% 증가했다. 보고서는 “실리콘밸리 통근자는 2016년 기준 하루 왕복 72분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인구통계국에 따르면 2016년 한 달 평균 실리콘밸리 거주자 2,548명이 캘리포니아를 떠나 다른 주로 이주했고, 월 2,506명이 외국에서 유입됐다. 이는 월평균 42명이 실리콘밸리를 이탈했음을 의미한다. 대조적으로 시애틀은 평균 4,198명, 오스틴은 3,356명, 보스턴은 1,227명이 증가했다.
칼 구아디노 실리콘밸리 리더십그룹 회장은 “실리콘밸리는 좋은 대학과 벤처 캐피탈 투자의 용이성, 훌륭한 재능을 가진 인재풀과 혁신 기업가 정신 등이 결합해 다른 경쟁지역보다 여전히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현재와 같은 주택·교통난을 방치할 경우 앞으로는 대처를 전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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