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다. 이곳저곳에서 포럼·공청회·간담회 등이 하루가 멀다 하고 열리고 있으며 정부·지자체·학계·산업계 등 어느 곳도 이 뜨거운 키워드로부터 자유로운 곳이 없다.
그런데 이 분주함 속에서 영화로 치면 무수히 많은 조연만 등장할 뿐 이렇다 할 주연이 보이지 않는다. 왜일까.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 키워드는 인공지능(AI)·가상현실(VR)·지능로봇·빅데이터·자율주행자동차 등이다. 그리고 이들 핵심 키워드들의 공통분모는 소프트웨어(SW)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SW 경쟁력 확보가 필수조건이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정부가 4년 연속 ‘SW 제값 주기’ 간담회를 개최하고 있다. SW산업이 본격적으로 조성된 지 30여년이 흘렀지만 제값을 달라는 SW업계의 절규는 처절하다. SW업체는 적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수익은 물론이고 연구개발(R&D) 등에 재투자할 여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하루하루 글로벌 SW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SW산업 생태계의 악순환은 곧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이 본격화될수록 국가 경제력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SW시장 규모는 전 세계 SW시장의 1%에 불과하다. 미비한 수치다. 또한 정보기술(IT) 강국 대한민국은 SW가 아닌 하드웨어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IT 분야 시가총액 중 SW 분야 비중은 10년(2006~2016년) 사이 고작 6%포인트(9→15%)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2006∼2016년) 주요국의 IT 분야 중 SW 분야 시가총액은 미국(50→62%)·중국(30→58%)·일본(26→31%) 등으로 우리와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포브스가 발표한 2017년 세계 부자 순위를 보면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4년 연속 1위 자리를 지켰으며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3위,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5위, 그리고 오라클 창업자 래리 엘리슨이 7위에 랭크됐다. 10위권 안에 SW기업 창업자가 무려 4명이나 들어가 있다. SW경쟁력을 확보하면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지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4차 산업혁명에서 조연이 아닌 주연이 되기 위해서는 SW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인재가 SW산업계로 유입될 수 있도록 미래전망이 밝은 산업으로 키워 나가야 한다. 따라서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SW 제값 주기 문화를 빠른 시간 안에 정착시켜야 함은 물론 관련 산업 육성에 정부를 중심으로 산업계가 힘을 모아야 한다. SW는 공짜로 사용하는 그 무엇이 아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대한민국을 세계무대에서 리딩파워를 가진 주연으로 서게 해줄 핵심 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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