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26일 열린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강남권 집값 안정을 고려해 송파구 잠실 진주아파트 이주 시기를 올해 10월 이후로, 미성·크로바아파트는 7월 이후로 조정했다고 밝혔다. 현재 총 1,350가구 규모의 미성·크로바와 1,507가구 규모의 진주아파트는 올해 4월부터 이주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을 서울시에 각각 올해 1월 제출해 해당 안건이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 상정됐다.
서울시는 합계 2,857가구에 달하는 두 단지가 동시에 이주를 진행하면 주변 주택시장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두 단지가 순차적으로 이주를 진행하도록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주시점을 정한 근거는 미성·크로바의 경우 송파구 거여동의 정비구역인 거여2재정비촉진지구 1구역(거여2-1구역) 이주가 6월 마무리되고 진주아파트의 경우는 5,040가구 규모의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이주가 9월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거여2-1구역의 경우 이주 대상 조합원 수가 850명에 불과하고 개포주공1단지는 위치가 떨어져 있는 강남구의 사업장이라는 이유에서 서울시가 정부의 서울 강남지역 재건축사업에 대한 규제강화 정책에 협력하기 위해 주택시장 안정을 명분으로 삼아 재건축 사업 시기 조절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히 진주아파트는 지난해 말 일부 조합원들이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이로 인해 연말까지 관리처분계획 인가가 어려워지면 내년에 다시 서울시 주거정책심의위원회에서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이 정해지게 됐다.
지난해 말 관리처분인가 신청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서초구 지역 재건축조합들에 대한 주거정책심의위원회도 다음달 초 예정돼 있어 심의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심의 대상 재건축 아파트는 신반포3차·경남 2,196가구,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2,210가구, 방배13구역 2,307가구, 한신4지구 2,640가구 총 4곳으로 9,353가구에 달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서초구 재건축 단지들은 규모가 워낙 큰데다 서울시의 결정에 따라 관리처분계획 인가 및 이주 시점이 당초 사업계획보다 많이 지연되는 곳은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돼 서울시의 고민이 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 시점이 늦어지면 해당 단지에서는 일정 지연에 따른 사업 비용 증가, 기존 세입자에게 지불해야 할 전세 보증금 마련 차질 등의 문제가 발생한다.
관리처분계획 인가는 자치구의 권한이지만 서울시는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따라 대규모 주택 멸실이 예상되는 사업장에 대해서는 주거정책심의위원회를 열어 관리처분인가 시기를 결정한다. 심의 대상 기준은 정비구역 내 단일 아파트 단지 규모가 2,000가구를 초과하거나 500가구를 넘으면서 주변 단지를 합쳐 2,000가구 이상인 경우다. 위원회에서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신청 시점으로부터 최대 1년까지 인가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올해 말에는 9,000여가구 입주가 진행되는 송파헬리오시티뿐만 아니라 위례신도시도 입주 물량이 많다”며 “또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매입하는 갭투자 수요도 늘어나면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분위기인데 서울시가 정부를 의식해 너무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박경훈기자 socoo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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