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장쩌민 전 주석의 강력한 반대에도 주석·부주석 임기제한 규정 삭제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2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해 10월 당 대회 직후 새롭게 구성된 최고지도부 전원과 당 탄생지인 상하이를 방문해 비밀리에 장 전 주석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시 주석은 당 원로 격인 장 전 주석에게 임기제한 철폐 의사를 전달했고 이에 대해 장 전 주석은 “절대 안 된다”며 단호히 반대했지만 시 주석은 자신의 뜻을 밀어붙였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신문은 당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해 시 주석이 임기 철폐를 고집한 것은 퇴임 후 불어올 역풍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부패·군 개혁 드라이브에 따른 불만이 당내 쌓여 있는 상황에서 자신이 물러나면 정치적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을 우려했다는 설명이다. 2013년 시 주석과 회담한 한 외국 인사는 “당시 시 주석이 ‘강한 리더십이 없으면 이 나라를 바꿀 수 없다’면서 ‘나는 통치 시스템을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고 회상했다.
중국 내에서는 시 주석이 장기집권을 위한 개헌을 추진하자 이를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이날 홍콩 명보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미국으로 망명한 톈안먼 민주화운동의 학생 지도자 왕단은 전날 소셜미디어에 발표한 긴급 성명에서 “시진핑의 황제 야심이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이는 중국 인민에게 재난을 초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양심을 지닌 중국인들은 용감하게 일어나 반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성명에는 중국사회과학원 정치연구소장을 역임한 옌자치 등 100여명의 중국 안팎 저명학자 등이 참여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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