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격정 멜로에 도전하며 파격적인 캐릭터 변신을 예고한 18년차 배우 고준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극본 제인·연출 모완일)란 작품을 통해 데뷔 후 첫 전성기를 맞이한 배우 고준을 만났다.
일탈의 경계에 선 남자 ‘이재영’으로 돌아온 고준은 과거 고혜란(김남주 분)에게 처절하게 버림 받은 후, 독기를 품고 미국으로 건너가 골프에만 미친듯이 매진하며 마침내 골프 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이후 한국에 돌아와 혜란과 재회한 그는 의뭉스런 도발을 시작한다. 하지만 골프계의 신성 케빈 리는 차 사고로 사망하게 되고 고혜란은 유력한 용의자로 경찰에 소환된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김남주)와 그녀의 변호인이 된 남편(지진희). 그들이 믿었던 사랑, 그 민낯을 보여주는 격정 미스테리 멜로 ‘미스티’의 주인공 고준과의 인터뷰를 공개한다.
Q. ‘미스티’로 고준이란 배우가 화제가 되면서, 누구보다 가족들이 좋아했겠다.
A. 제가 3남매의 둘째인데 형이랑 여동생은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 듯 하고,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경상도 아버님과 충청도 어머님이 만난 팩트 폭행 집안이라, 막 드러내서 좋아하시기 보단 ‘되게 좋아하시구나’ 이 정도의 느낌만 받고 있다. 저도 에둘러서 이야기하는 스타일이 아닌 심장을 꺼내놓고 이야기 하는 스타일이다.
여동생은 ‘떴더라’ ‘너 반응 좋던데 동네 쓰레기로’ 이렇게 막 이야기 하는 편이다. 그럼 엄마는 동생에게 ‘왜 그래?’ 라면서 뭐라고 하는 게 아닌 같이 웃으시면서 ‘너 욕 많이 먹던데’라고 말씀 해주신다. 형은 회사원인데 좀 더 분석적이다. 내 연기를 하나 하나 해체 해서 피드백을 준다. 아직까지 형에게 칭찬을 많이 못받아봤다. 그것만이 아니라 댓글 피드백을 다 수합해 빅 테이터를 만들어서 전달해준다. 자기의 주관적 느낌보단 수치적으로 객관화시켜서 이번에 이 점이 단점으로 부각됐으니까 신경써라고 말 해주는 편이다.
Q. 2011년 ‘와니와 준하’로 데뷔했으니 18년차 배우이다. 그 전에 연극 경력까지 치면 20년이 넘은 중견배우(?)이다.
A. 21년차 배우라고 말하기도 하던데, 중견배우라는 말에 저도 놀랐다. 제 나이보다 어리게 보이는 경향이 있긴 하다. 너무 세월이 많이 지나갔다는 게, 가끔 조금 속상할 때가 있다. 현장에서 제 나이나 경력을 인식 못하고 액션을 하면서 혼자만 느끼는 서러움이 있다. 젊은 애들은 날아다니는데 몸이 잘 안 따른다. 젊은 친구들과 같이 날아다니려고 하니 힘들죠. ‘미스터’ 때도 급하게 몸을 만들어야 해서, 너무 힘들었다. 제대로 제 신체 나이가 인지는 된 것 같다.
Q. 배우가 된 계기가 있다면?
A. 중앙대학교 졸업작품이었던 ‘베짱이’란 뮤지컬을 보고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전까진 신부님이 꿈이었다. 그런데 뮤지컬을 보면서 내가 원했던 모습과 겹쳐졌다. 어렸을 때 신부님을 바라보면서 느꼈던 게 ‘모두가 그 분을 보고 경청하는 모습이 대단하다’였다. 그런데 ‘베짱이’란 작품에서 배우가 독백을 하는데 모두가 경청을 했다. 그게 멋있고 부러웠다.
Q. 모두가 한 사람을 보면서 경청하는 경험이 대단했을 것 같다. 어린 마음에 그 자리에 본인이 있고 싶었던 마음이 큰 건가?
A. 어릴 땐 뭔가를 계산하지 않고 좋아하지 않나. 그땐 그냥 좋았다. 지금 어른이 돼서 왜 그랬는지 의식적으로 분석해보면, 단순히 모습이 멋있었던 건 아닌 것 같다. 힐링하고 치유하는 그 상태에 반했던 것 같다. 신부님한테 비밀 이야기를 하고 자신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한다. 고해성사라고 칭하기도 하는데 그 땐 고백성사라고 했다. 어릴 때 부스 안에서 신부님의 수발을 듣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이 무슨 아픔이 있어서 저렇게 하지? 나도 저 안에 들어가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Q. 그렇게 배우가 됐고, 배우의 영향력에 대해 그 누구보다 생각하는 배우 일 것 같다.
A. 배우의 영향력 그 부분이 제가 배우를 하고 싶은 이유가 됐죠. 어느 한 배우의 연기를 보고 아픔이 치유되고 힐링을 느꼈듯 그런 바람을 마음 속으로 계속 생각하고 있다. 처음 연기를 시작했을 땐 나를 알리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면, 지금은 캐릭터를 알리고 싶다. 그게 상처가 있고 아픈 사람이 되길 바랐다. 아직은 그렇게 크게 아픈 사람, 힘든 사람을 위로한 역을 해 본 적이 없어서 해보고 싶다. 그러한 영향이 더 많이 있으면 좋겠다.
Q. 삶의 모토를 말해달라.
A. 음. 모토는 아니지만 “세상에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기뻐하라” 라고. 프랑스 철학가가 한 말인데, 이 말을 듣고 좋아졌다. 행복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행복을 좇고 있는 태도나 바람, 욕심이 사라지더라. 그렇게 되니 작은 것에 행복하기 시작하더라.
Q. ‘행복이 대단한 것에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라는 말처럼도 들린다. 사고 방식의 전환을 경험 했다는 말인가.
A. 행복을 거창한 것, 즉 크게 두니까 행복감을 못 느꼈다. 그런데 ‘행복’이 없다고 생각하니까, 고마워하고 감사하고 그렇게 되더라. 그 어순대로 기쁜 마음이 커졌다. 세상살이가 힘든 게 사실이지 않나. 행복을 끊임없이 추적하던 시기가 있었는데, 행복이 없다고 생각하니 행복해지더라.
Q. 차기작으로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이랑 ‘변산’(감독 이준익)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A. ‘바람 바람 바람’은 우정 출연에 가깝다. ‘변산’은 간만에 야심차게 기대하고 있는 영화다. 이준익 감독님은 정말 최고이다. 제가 만나본 감독님 중에 최고, 또 최고의 감독이다.
놀라웠던 게 스태프와 배우들 등 모든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또 하고 싶다’고 촬영이 행복했다고 말했다. 사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저도 연기에 대한 강박이 있어서 연기를 행복하게 해 본적이 별로 없다. 결과물이 나오면 되게 불안하고, 더 진실하게 했을 수도 있는데 왜 못했지? 그런 불안감이 크니까. 그런데 이번엔 너무 행복했다. 힐링한 기분이었다. 왜 ‘이준익 이준익’ 하는지 알겠더라.
Q. 그 말을 들으니 영화 ‘변산’이 더욱 기대된다.
A. 너무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감독님도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하셨다. 기대를 안하고 봐야 더 재미있다는 걸 아시니까. 너무 좋으신 분이다. 안 좋으면 그 무리에 있을 수 없다.
Q. 영화 쪽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번 ‘미스티’가 끝난 뒤에도 영화쪽 작업을 염두해 두고 있나.
A. 마음은 영화를 하고 싶다. 너무 하고 싶은 게 사실이다. 드라마 반응이 즉각적이라 좋다는 분도 계신데 전 솔직히 더 무서웠다. 영화는 현장에서 모니터를 할 수 있는데, 드라마는 모니터를 못한다. 어떻게 나올지 모르는 그런 궁금함이 크다. 연기를 하면서도 시청자 입장이 되는 경우가 많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제 깜냥에 비해 너무 관심을 가져주시고, 좋아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씀 드리고 싶다. 많은 관심이 부끄러운 것도, 감사한 것도 사실이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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