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부과하는 통상 제재안에 서명할 것으로 알려지자, 당장 철강을 공급받아야 하는 미국 내 제조업체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자국산업 보호를 위해 무거운 관세를 매기면 미국 내 철강업체들은 경쟁력을 얻겠지만, 철강의 후방 연관산업인 제조업체들은 제조원가 상승이라는 악재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증시에서 US스틸·AK스틸·클리블랜드 클리프스 등 철강주는 일제히 올라갔지만, GM·포드·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회사 주식은 급락세를 보였다.
경제평론가 크레이그 길롯은 1일(현지시간) ‘치프 이그제큐티브’에 쓴 기고문에서 “미국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조달과 공급 체인에 어떤 영향을 받을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있고 불평도 한다”라고 썼다. 윌버 로스 미 상무장관의 표현대로 트럼프 행정부가 불공정한 무역에 ‘외과적 접근’을 하게 되면, 수술하는 환부만 말끔하게 도려내는 게 아니라 신체 곳곳에 생채기를 남길 수 있다는 의미다. 길롯은 “철강업자들은 반색하겠지만 금속을 필요로 하는 제조업자들에게는 경고음이다”면서 “자동차, 항공, 조선, 가전 등 대형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이들 회사에 여러 형태의 부품을 대는 하청업체들도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중소형 제조업단체 회장을 맡고 있는 마크 본은 공영라디오 NPR에 “우리는 국내에서 철강을 구매하지만, 관세는 공급 체인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우리 단체의 회원사들은 모두들 비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미국 제조업체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미국기업연구소(AEI) 연구원인 마크 페리 미시간대학 플린트 캠퍼스 교수는 “관세 폭탄에 얻어맞는 것은 반드시 중국 철강업자들만 있는 건 아니다. 미국 제조업체들도 있다”라고 언급했다.
페리 교수는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산 철강을 기피한다고 해서 철강 가격이 내려가는 게 아니다. 미국 철강업체들도 이런 틈을 타 철강 가격을 올리게 된다”라고 예측했다. 미국 유명 오토바이 제조업체인 할리 데이비슨의 마이클 플러그호프트 미디어 매니저는 “일반적으로 관세는 어떤 시장에서든 소비자들에게 경쟁력 있는 소매가를 권해주고자 하는 우리 능력을 갉아먹는다”라고 말했다.
/한상헌인턴기자 ari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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