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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학기 맞은 대학가도 ‘미투 운동’ 번지나

개강 첫날부터 익명제보 '봇물'…총학 공론화 작업 시작

28일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건물에 성폭력 피해 경험을 폭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지지한다는 대자보가 게시됐다./연합뉴스




새학기가 시작된 서울 대학가에서도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이 번지는 양상이다.

2일 각 대학의 페이스북 익명 페이지 ‘대나무숲’에는 과거 교수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는 여러 건의 제보 글이 올라왔다. 총학들은 미투 제보 전용의 페이스북 페이지 등 별도의 제보 통로를 구축하고 사안별로 자체 조사를 벌이기로 하는 등 공론화 작업에 착수했다.

명지대 대나무숲에는 이 대학 뮤지컬과 학생이 한 교수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이 학생은 “미투 운동으로 전국 곳곳 연극영화과가 들썩이는 지금 명지대 xxx과 교수님 중 한 분이 강렬하게 기억난다”면서 “술자리에서 뽀뽀, 터치, 성적 발언 등 선배, 후배, 동기, 그리고 제가 당한 많은 것들은 입에 올리기도 싫을 만큼 추잡스럽고 교묘했다”고 적었다. 이어 “교수님, 이 글을 보신다면 부끄러운 줄 아세요. 당신의 성적인 발언에, 더러운 손길에 눈물지었던 수많은 사람은 평생 그 상처를 가슴에 안고 삽니다”라고 썼다.

연세대 대나무숲에도 교수로부터 성적인 피해를 봤다는 듯한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는 “미투 운동에 혹시나 본인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 내가 했던 짓이 알려지지 않을까, 고소당하지 않을까 (교수가) 미친 듯이 불안해했으면 좋겠다”면서 “그 불안감에 교수님이 또 다른 피해 학생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나 하나로 끝났으면 한다”고 밝혔다.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9년 전에 일어났다는 사건을 거론하며 미투 운동지지 성명을 냈다. 총학은 “한 교수는 학생에게 ‘여행 가자’, ‘애인 하자’는 등 발언을 했다”면서 “9년 전 당시 해당 학생은 이 문제를 공론화했고 해결을 기다렸지만, 학교에서는 쉬쉬하며 3개월 감봉이라는 처분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적절한 징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9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피해자에게 끊임없는 고통을 주고 있다”면서 “해당 교수의 공식적인 사과와 학생 의견이 반영된 처벌이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각 대학의 학생자치조직은 교내 성폭력 근절을 위한 공론화 작업에 들어갔다. 20여년 전 제자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김태훈 교수가 자진 사퇴하는 홍역을 치른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학생회는 학내 성폭력상담센터와 함께 성폭력피해전담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 TF는 학과 내에서 일어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에 대한 제보를 오픈 카카오톡, 메일 등으로 받고, 사실로 확인되면 공론화하고 가해자에게 사과를 요구하는 등의 조치를 진행하기로 했다. 동국대 총여학생회는 미투 제보 글을 올리는 별도의 대나무숲 페이지를 만들기로 했다. 또 신원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피해자를 위해 익명이 보장된 오픈 카카오톡으로도 별도로 제보를 받기로 했다.

대학가에서는 학생을 상대로 성적 갑질을 해온 교수들에 대한 고발과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인터넷 커뮤니티 DC인사이드의 연세대 갤러리에는 “교수진에 대한 미투 운동이 있었으면 한다. 이리저리 간접적으로는 많이 들은 교수XX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명지대 갤러리에도 한 사용자가 “명지는 미투 안 하느냐”며 “지금 쫄릴 교수들 많을 것”이라고 적었다. 한 총학 관계자는 “오늘 개강했으니 다음 주쯤이면 미투 관련 인터넷 제보 글이나 폭로 대자보가 본격적으로 붙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아람인턴기자 ram1014@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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