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관세 폭탄’ 투하를 발표하자 일부 외신들은 곧바로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등의 정책 실패 사례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이 보호무역 정책을 폈다가 몇 개월 만에 백기투항한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 2002년 3월 당시 취임 2년째를 맞은 부시 대통령은 미국 철강 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를 기존 8%에서 30%로 올리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했다. 부시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펜실베이니아와 오하이오·웨스트버지니아 등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서 지지층을 모으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부시 행정부는 불과 21개월 만인 2003년 12월에 이 조치를 철회했다. 미국 철강 산업 보호 효과는 보지 못한 채 오히려 다른 나라의 보복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결과를 초래한 탓이다.
미 노동통계국의 자료에 따르면 2001년 18만9,400명이던 미 철강 산업 종사자 수는 세이프가드가 발동된 2002년과 2003년에도 각각 10%, 4% 감소했다. 세계무역기구(WTO)는 부시 행정부의 조치를 협정위반으로 판정했으며 유럽연합(EU)은 22억달러(약 2조3,790억원) 상당의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등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악화했다.
이후 2009년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중국산 타이어에 35%의 관세를 부과했지만 수입가격 상승으로 3,000개 이상의 소매업체가 사라지는 등 오히려 경제에 역풍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마켓워치는 “부시 전 대통령이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 전 정부에서도 수입산 철강에 대해 관세를 높였지만 철강 산업의 쇠락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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