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최초로 1마일을 3분대에 달린 전설의 육상선수 로저 배니스터 경이 타계했다고 BBC 등 영국 언론들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향년 88세.
1마일(1.6㎞)을 4분 안에 주파하는 것은 수십 년간 중거리 육상선수들의 숙원이었다.
영국의 명문 옥스퍼드 의대를 졸업한 로저 배니스터는 1954년 5월 6일 옥스퍼드대 이플리 로드 트랙에서 벌어진 이 대학 육상부와 아마추어체육인협회(AAA) 간 대결에서 1마일을 3분 59초 4에 주파했다. 당시 그는 런던의 한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이수 중이었다.
이 기록은 당시 인간이 달성한 최고의 기록이었다.
1923년 핀란드의 파보 누르미가 4분 10초를 조금 넘기는 기록을 세운 뒤 1930∼1940년대에 기록이 조금씩 당겨지면서 1945년 스웨덴의 군데르 하그가 4분 01초 3까지 기록을 끌어내렸다. 이후 ‘마의 4분대’를 주파한 것은 배니스터가 처음이다.
4분대를 깰 당시 배니스터가 신었던 운동화는 2014년 한 경매에서 26만6천500 파운드(5억원 상당)에 팔리기도 했다.
배니스터는 육상선수 시절 ‘외로운 늑대’(lone wolf miler)라는 별명이 붙었다. 코치진을 거부하고 자신의 의학지식을 달리기에 적용하며 독학으로 육상을 공부하고 훈련했기 때문이다.
1마일 4분 장벽을 깨기 직전에는 1952년 헬싱키올림픽에 영국 대표로 출전, 1,500m 결선에서 영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4위를 차지했다.
현재 1마일 달리기의 최고 기록은 모로코의 히캄 엘 게루즈가 1999년 세운 3분 43초 13이다.
배니스터는 육상과 학업을 병행하다가 대학 졸업 이후에는 신경과 의사로 오랫동안 봉직했다.
2011년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투병해온 그는 지난 3일(현지시간) 88세를 일기로 자신이 공부하고 육상 신기록까지 세운 옥스퍼드에서 영면에 들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그의 타계 소식에 트위터에 “배니스터경은 영국 스포츠의 아이콘으로 그의 성취는 우리 모두에게 영감을 준다. 그가 많이 그리워질 것”이라며 애도했다.
[사진=연합뉴스]
/전종선기자 jjs737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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